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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2)

by 동쪽구름 2022. 7. 14.

누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약간의 콤플렉스와 심리적 불안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생겨나거나 벌어지지도 않은 상황을 두고 혹시나, 어쩌나 하는 마음을 갖고 한다. 트라우마와 상처도 가지고 있다. 특정한 장소, 단어, 상황 등이 이 버튼을 누르면, 나는 불안해지고 우울해지며, 별것도 아닌 일로 폭발하기도 한다.

 

유독 현대인들이 심리적으로 취약한 듯 이야기 하지만, 과거의 사람들이라고 어찌 불안 초조 우울함이 없었겠는가. 그런 심리상태가 있는 줄도, 뭐라고 부를 줄도 몰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을 것이다.

 

‘정여울’의 책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는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심리상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글을 쓰며 접했던 일들과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심리테라피를 전달한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그녀는 (1) 내성적인 성격을 부끄러워하던 시절, (2)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발견하고 기뻐하던 시절, 그리고 (3) 내향성과 외향성의 이분법적인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 애쓰는 지금을 이야기한다. (18-21 페이지)

 

사람들은 내가 꽤 외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어려서는 매우 내성적이었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얼굴이 빠알게지고 말을 잘하지 못했었다. 외향적이라는 방패를 들고 나선 것은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사람들은 내성적인 성격을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내향적이라고 해서 주체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외향적이라고 다 밝고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그녀는 우리의 마음도 정원을 닮았다고 쓰고 있다. 숲이 야생의 질서를 따른다면, 정원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추구한다. 문명화 이후의 인간은 정원의 모습이다. 내 안의 너무 많은 욕심의 잔가지를 과감히 잘라내야 꿈의 커다란 줄기를 지킬 수 있다. (86-91 페이지)

 

유실수의 낡은 가지에는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 오래된 가지를 제때 잘라 주어야, 그 자리에 새로 가지가 나와 탐스러운 열매가 달린다. 너무 많은 인간관계, 부정적인 기억들은 나무의 낡은 가지와 같다. 철 따라 한 번씩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그녀는 치유적인 글쓰기로 ‘감사일기’를 쓴다고 했다. (136-139 페이지)

 

나는 5년 일기를 쓰고 있다. 그동안 2년 반을 썼다. 오늘 일기를 쓰며 1-2년 전의 내 모습을 보며 지난 삶을 정리한다. 그때는 채 알지 못했던 것들이 지나고 보니 이제 보인다. 반성도 하게 되고, 배움도 얻게 된다. 글을 쓰는 일은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다.

 

그녀는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서른이 넘었는데도 꿈을 찾고 있다면, 그건 뒤늦은 감정의 사치가 아니고 새로운 삶의 찬란한 가능성이며 아름다운 내면의 신호탄”이라고 했다. 여든이 넘어서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존재다. (140-143 페이지)

 

이 책을 읽으며 심리학과 정신건강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관계와 정신건강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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