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140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의 작품에서는 영어권 소설을 한글로 번역한 느낌을 받곤 한다. 기발한 소재, 톡톡 튀는 플롯이 재미를 더 한다. 큰 기대하지 않고 집어 들었던 작품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역시 그런 맥락에서 재미있었다. 로봇 - 여행사 여직원 김수경이 자칭 로봇이라는 남자와 잠시 나누는 사랑이야기다. 섹스 로봇이 곧 대중화될 조짐이 보이는 요즘, 재미있는 소재다. 여행 - 결혼을 앞둔 수진은 전에 사귀던 애인에게 반 강제로 납치되어 곤욕을 치른다. 여자들은 결혼을 앞두면 다소 흔들리는 모양이다. 곧 남의 여자가 될 애인을 한 번 더 안아본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악어 - 변성기를 맞으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얻어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어느 날 홀연히 그 음성을 잃게 된다. 밀회 - 7년 동안.. 2022. 1. 29.
링컨 하이웨이 자신과 가족을 욕하는 친구를 때렸던 18세의 ‘에밋’은 그 친구가 넘어지며 머리가 깨져 사망하며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빚에 쪼들리던 아버지가 자살을 하자 일찍 퇴소해 집으로 오게 된다. 이웃집에 맡겨졌던 8살 동생 ‘빌리’는 집을 나간 어머니가 보내온 그림엽서를 돌아온 형에게 보여 준다. 어느 날 홀연히 집을 나간 엄마는 아이들에게 그림엽서를 보내왔지만, 아버지가 이를 숨겨두었던 것이다. 두 형제는 어머니가 보내온 엽서의 행적대로 '링컨 하이웨이'를 따라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기로 결심한다. 바로 이때 소년원을 탈출하여 에밋을 따로 온 두 명의 친구 ‘더치스’와 ‘울리’가 나타난다. 그들은 뉴욕에 가서 울리가 상속받게 되어 있는 돈 $150,000을 찾아 나누자고 제안한다. 에밋이 이를 거절하자, 더치는 .. 2022. 1. 23.
나라 없는 사람 헌책을 사다 보면 가끔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누군가 책장에 남겨 놓은 노트를 보게 되고, 책갈피에 꽂아놓은 카드나 쪽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신문 스크랩을 발견했다. 누군가 '나라 없는 사람'을 인용한 김선주 칼럼 오린 것을 세 번 접어 책 표지 안쪽에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뗄까 하다가 그냥 남겨두었다. ‘나라 없는 사람’(A Man Without a Country)은 작가 ‘커트 보네거트’가 ‘인디스 타임스’(In These Times)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그의 마지막 작품집이다. 일단 그의 책은 재미있다.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와 입담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미국의 정치인들 특히 공화당과 부시 일당을 신.. 2022. 1. 18.
피프티 피플 정세랑의 장편소설 ‘피프티 피플’은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블로그에서 연재했던 작품들은 묶은 책이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가깝게 멀게 연결된 5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소설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주게 하는 책이다. 50개의 장에는 병원 안팎의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과 갑작스러운 사고, 그들의 힘든 삶과 고민들이 들어 있다. 마치 신문 사회면의 하단 기사 같기도 하고, 한 편의 영화에서 중간의 10-15분 분량만 잘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가 책상에 앉아 상상으로 쓴 것이 아니라, 자료를 모으고 취재와 자문을 구해 상세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담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보안요원, 이송 기사, 임상시험 책임자, 공중보건의 등이 등장하고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을 찾는 환자들의 사연.. 2022.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