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74 서울 음식 아내는 음식 솜씨가 좋다. 뭐든지 한두 번 먹어 보면 거의 비슷하게 만든다. 서양식 고기 요리며, 파스타, 제빵/제과에 떡 등도 모두 뚝딱 만들어 낸다. 다만 그녀가 만드는 고향 (안동) 맛의 반찬은 내 입맛과는 다소 다르다. 국에는 건더기가 많고 밑반찬의 간이 좀 세다. 나는 국은 국물 위주로, 반찬의 간은 싱거운 것이 좋다. 나의 외가는 양반은 아니지만 양반처럼 살고 싶어 하던 토박이 서울 중인 집안이다. 어린 시절을 외가에서 보낸 나의 입맛은 외할머니가 만들어 주던 음식에 길들여졌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와 갈비 우거지 된장국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과연 해방 전후 서울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가를 찾아보았는데, 이렇다 할 자료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내가 어려서 외가에서 먹었던 것들이 그 시절 .. 2023. 10. 18. 수채화 I (2) 금, 토, 월, 그리고 화요일, 일주일에 4번 집에서 그림을 그린다. 거의 매일 유튜브로 남들이 수채화 그리는 것을 본다. 어찌나 쉽게 들 그리는지. 쓱쓱 싹싹하면 어느새 멋진 작품이 등장한다. 어떤 유튜버는 수채화는 처음에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테크닉만 익히면 쉬워진다고 했지만, 내게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느낌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제 겨우 2달 수업을 듣긴 했지만 조금씩 각자의 개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화풍이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글씨체 같은 것이다. 각자 사용하는 물감의 색이나 색상이 다르고 붓질도 다르다. 수업은 학생들이 들고 온 지난주 과제물을 벽에 걸린 코르크보드에 올려놓고 하나씩 평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다른 이가 그린 작품의 잘못된 점이나 부족한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2023. 10. 13. 그림 공부 40년 만에 대학(LAVC) 캠퍼스로 돌아갔다. 팬데믹 동안에는 온-라인 강의를 들었는데, 가을 학기부터는 거의 모든 미술 클래스가 오프-라인으로 바뀌었다. 내가 듣는 과목은 ‘수채화 I’이다. 첫날 수업에 들어가니, 작년에 온-라인 수업을 가르쳤던 교수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학생들의 연령대는 20대 초반에서 60대 중반. 대충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1)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서, (2) 교양과목 학점이 필요해서, (3)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수업을 듣는 이들은 대개 나이가 든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처럼 정식으로 등록을 해서 과제물도 제출하고 시험도 보아 학점을 이수하려는 사람과 그냥 수업에 들어와 성적의 스트레스 없이 그림만 배우려는 사람으로 나뉜다. 늦은 .. 2023. 9. 30. 당신 얼굴 앞에서 ‘홍상수’ 영화의 매력이라면, 영화가 단편소설 같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나와 내 이웃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애처롭고 애잔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질하고 위선적이며 가식적이기도 하다.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는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왕년의 여배우 ‘상옥’(이혜영)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상옥이 여동생 ‘정옥’(조윤희)의 아파트 소파에 앉아 메모를 끼적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잠에서 깬 정옥이 언니를 데리고 맛있는 토스트를 파는 카페에 가서 아침을 먹는다. 두 사람이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자매가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으며, 정옥이 미국에서 주류 판매점을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날 오후, 상옥은 만나자고 몇 번 전화를 해 온 영화.. 2023. 9. 17.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1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