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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나는 사람 또는 사물과의 관계에 있어도 인연은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런 인연들을 소중히 생각한다. 주정부 산재보험기금에서 31년 일하고 퇴직했는데, 실은 입사 1년 만에 다른 부처로 승진되어 그곳을 떠났었다. 승진을 하게 되면 승진시험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이 빠져야 하는데, 누군가의 실수로 내 이름이 계속 남아 있었다. 2달 후, 산재보험기금에서 자리가 있으니 오라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승진시켜 주었던 부처에서 별 문제를 삼지 않아 다시 돌아가 30년 근속을 하게 되었다. 운전 면허증이 아직 종이로 발행되던 시절의 일이다. 면허증을 주머니에 넣어 둔 채 옷을 빨아 면허증이 휴지가 되고 말았다. 면허증을 재발급받기 위해 DMV에 갔다. 까다로운 직원에게 걸렸던 모양이다. 면허증 뒷면에 장애인 운전장치가 .. 2023. 8. 25.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BNRF에서 수사팀을 이끌던 ‘록산 몽크레스티앙’ 경감은 파리에서 벌어진 극렬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한직인 BANC로 전출되며, 센 강에서 발견된 이름 모를 여인에 대한 사건에 말려든다. 하천경찰대가 익사 직전의 한 여인을 구조한다.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알몸의 그녀는 손목에 시계와 팔찌를 차고 있고, 다리에는 담쟁이덩굴로 만든 왕관, 얼룩무늬 모피 문양 문신이 새겨져 있다. 기억을 잃은 상태라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병원으로 이송하던 길에 여인은 몰래 도망친다. 그녀가 머물렀던 경찰청 병실에는 금빛 머리카락과 소변이 남아 있다. 여인의 머리카락과 소변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그녀는 독일 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 ‘밀레나 베르그만’이다. 하지만 밀레나는 이미 1년 전에 .. 2023. 8. 24.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의 첫 작품집인 ‘키친’에는 ‘키친,’ ‘만월,’ 그리고 ‘달빛 그림자,’ 세 작품이 들어 있다. 이 중 만월은 키친의 후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실은 두 개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를 잃은 ‘미카게’에게 할머니가 생전에 단골로 가던 꽃가게의 청년 ‘유이치’가 다가와 자기 집에 와서 함께 살자고 한다. 미카케는 유이치가 어머니 ‘에리코’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에리코는 원래 유이치의 아버지였다. 아내를 잃고 난 후 여자가 되어 게이 바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미카게는 유이치네 부엌에서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며 차츰 할머니를 잃은 상실감에서 회복한다. 키친의 후편이라고 할 수 있는 만월은 에리코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정신 나간 남자가 그녀를 좇아다니다가 급기야 .. 2023. 8. 20.
적의 화장법 기술적인 문제로 비행기 출발이 늦어져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제롬 앙귀스트’에게 한 사내가 말을 건다. 앙귀스트는 책을 읽으려 하는데 사내는 계속 그에게 말을 건다. 자신은 네덜란드 사람이며, 이름은 ‘텍스토르 텍셀’이라고 한다. 결국 앙귀스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방적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여덟 살 때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체육을 잘하던 급우 ‘프랑크’를 질투하여 그를 죽여 달라고 신에게 기도한 끝에 건강하던 아이가 심장 발작으로 죽었다고 한다. 할아버지 집에 살던 그는 매일 세 마리의 고양이에게 통조림 생선에 밥을 섞어 먹이로 주어야 했다. 어느 날 그 밥을 한 움큼 집어 먹은 후, 고양이 밥을 계속 뺏어 먹게 되었다. 스무 살 무렵에는 파리의 공동묘지에서 만난 여인에게 사랑에 빠져.. 2023.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