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음104 거라지 세일 벼르던 거라지 세일을 했다. 차고를 정리하던 아내가 거라지 세일을 하겠노라고 선언하더니 그다음 주로 날짜를 잡아버렸다. 금요일 오후 퇴근길에 보니 세일을 한다는 종이를 골목 군데군데 전봇대에 붙여 놓았다. 남들은 요란한 색상에 큰 글씨로 만들어 붙이던데, 우리 것은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겨우 보일까 말까 하다. 저걸 보고 사람들이 올까? 다음날 아침 6:30분, 아직 물건을 다 꺼내지도 않았는데 첫 손님이 왔다. 많이 살 것처럼 물건을 이것저것 한참이나 고르더니 달랑 햇볕 가리개를 하나 산다. 1불이다. 아내는 그녀가 예의가 있는 손님이라며 몇 번이나 들었다 놓았다 했던 그릇을 덤으로 주었다. 자기가 첫 손님인 것을 알고 개시는 해 주고 갔다는 것이다. 아침나절 심심치 않게 손님들이 찾아와 물건은 많이.. 2020. 7. 20. 프로처럼 살기 골프를 아주 잘 치는 사람들은 공을 보내고 싶은 곳을 바라만 보고 쳐도 공이 그쪽으로 가고, 보통 잘 치는 사람들은 치는 각도와 방향에 따라 공이 간다고 한다. 그러나 서툰 아마추어들이 치면 공은 걱정했던 대로 가서 물에 빠지기도 하고 컵을 비켜가게도 된다고 한다. 그럴듯한 이야기다. 한 가지 일을 10-20년쯤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를 제법 전문가로 인정해 준다. 청년의 나이에 시작하여 머리가 반백이 될 무렵까지 한 가지 일에 매달린 사람을 우리는 장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쯤 되면 그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대처하며 매사에 여유를 갖게 되고 곁에서 보는 이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내 나이 이제 60이 넘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사는 일에 매달려 지내온 셈이다... 2020. 7. 16. 성추행의 시작은 성희롱이다 2017년 10월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해시태그(#MeToo)를 다는 행동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Me Too)의 바람이 한국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의 연예계에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져 나올 때, 나는 점심을 함께 먹는 직장동료들과 이러다가 누군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결국 ‘조민기’라는 배우가 죽음이라는 극단의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큰 안전사고나 뇌물 사건 등이 터지면 누군가 죽음으로 끝을 내곤 한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잘못된 정서가 아닌가 싶다. 사람이 죽기로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무엇이며 어떤 고통인들 참지 못하겠는가. 비겁하고 나약한 짓이다. 잘못을 저질렀.. 2020. 7. 14. 실천하는 사랑 죽은 몸으로도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그들의 장기를 기증하여 죽어가는 이들을 살려냈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간의 일부를 떼어내거나 신장을 떼어내어 기증하는 일은 죽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직장 동료 중에는 수년 전 투석을 하던 아버지에게 신장을 떼어 준 이가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에게서 신장을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고 다시 일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가족이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려고 해도 맞지가 않아 이식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런 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서 신장을 기증받고, 그에게 신장을 떼어 주려던 가족은 대신 다른 사람에게 장기를 주고, 이를 받은 이의 가족이나 친구 중에 누군가가 또 신장을 기증하는 사다리식 장기 기증.. 2020. 7. 14.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