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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92

추억 만들기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고 했다. 사람이 죽으며 가지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 죽으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호랑이도 죽으면 맨손으로 가고, 사람도 죽으면 맨손으로 간다. 호랑이야 살아서도 집 한 칸 없이 산에서 풀 베개 하며 살았으니 가지고 갈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람은 온갖 명예와 재물을 쌓아놓고 하나도 가지고 갈 수 없다니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물질은 세상의 것이니 세상을 떠날 때 다 두고 가야 하지만, 딱 한 가지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건 우리가 세상을 살며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추억이다. 이것만은 죽음조차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다. 막내아들이 얼마 전 아빠가 되었다. 풋내기 엄마와 아빠는 아마도 자주 그 아이.. 2020. 7. 8.
노후대책 성당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있었던 일이다. 식사를 마친 후, 술자리는 자연스럽게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모임의 화제는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20대에는 ‘사랑이 어떻고,’ ‘인생이 어떻다’는 화두를 들고 살다가, 30 대에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가를 화제로 삼았고, 40 대에는 사춘기 자녀 문제로 고심했고, 이제는 은퇴와 건강을 이야기한다. 그날의 화제는 은퇴와 노후대책 이야기였다. 50 대 중반의 Y는 지금 가지고 있는 생명보험이 60세가 되면 끝이 나는데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그때 다시 생명보험을 들어야 할까 보다고 했다. 난 그에게 아이들도 다 컸는데 무엇 때문에 60에 새로 생명보험을 들려하느냐며 만류했다. .. 2020. 7. 6.
또 다른 국제시장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누이동생의 전화를 받고 병원에 가니 이미 돌아가신 후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부모를 잃는 일에 준비가 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버지 곁에서 아내와 함께 망자를 위한 위령기도와 묵주기도를 드리며 동생들을 기다렸다. 아버지를 위해 드리는 기도인데 막상 위안을 받은 것은 나다. 늦은 밤이건만 병원의 스태프들과 장의사에서 나온 직원들이 예를 갖추어 돌아가신 분을 모신다. 문득 또 한편의 “국제시장” 이 막을 내린다는 생각이 든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아이가 마을 밖 철길을 바라보며 도시를 동경하다 어린 나이에 만주로 건너간다. 우여곡절 끝에 남방의 어느 섬에서 해방을 맞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고향에서 그를 반기.. 2020. 7. 5.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내 나이 60이 넘었다. 이제 어지간한 일에는 별로 놀라지 않는다. 한두 번은 경험해 본 일이거나, 직접 경험은 없더라고 주변에서 보아왔던 일들이 대부분이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알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여자의 마음이다. 며칠 전에도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일로 아내의 심기를 크게 건드리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요약본을 찾아 읽어 보았다. 여자는 관계지향적이라 상대방의 단점을 어떻게든 고쳐서 살아보자 한다. 그래서 아내들은 늘 남편을 고쳐 보려고 애쓰는 것이다. 여자는 문제가 있어도 상대방이 해결책이나 조언보다는 자신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여자도 답은 이미 알고 있다. 남자는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고, “.. 2020.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