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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104

잘 살고 계십니까? 흔히들 돈이 많은 사람을 보고는 “잘 산다” 고 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보고는 “못 산다” 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잘 살고 못 산다는 것은 사람답게 산다는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쌓아둔 부의 양을 일컫는 말이다. 이상적인 사회는 그 구성원들이 모두 자신의 능력껏 생산을 하고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집단일 것이다. 능력과 형편에 따라 많은 양을 생산하고도 적게 소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 생산은 적게 했지만 형편상 그 이상을 소비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구 상에 이렇게 살고 있는 집단은 극히 드물다. 사람들은 쓰고 남은 것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해 남겨두고 싶어 한다. 남보다 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기술과 문명이 진.. 2020. 7. 13.
이런 죽음 다시없었으면 ‘드루킹’ 일당에게서 5천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조사받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퍼하고 있다. 어쩌면 이 사건은 이제 그의 죽음으로 인해 흐지부지 종결이 지어질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노회찬 의원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며 정의당도 잘 모른다. 그러니 그가 “우리 시대의 예수”라는 김용옥 교수의 말에 동의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반박할 자격도 없다. 다만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누군가 목숨을 끓는 일은 이제 그만 없어져야 할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하게 된다. 최근만 해도 ‘미투’ 사건이 터졌을 때,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불거졌을 때, 사람들은 죽음을 선택했다. 다음 세상이 있고 없고를 떠나 죽음이란 이 생의 끝을 .. 2020. 7. 10.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햄버거 요즘은 먹거리가 다양해졌지만 70년대 초 가벼운 주머니의 우리들이 사 먹을 수 있었던 메뉴는 짜장면과 짬뽕 정도였다. 여럿이 중국집에 가면 일행 중 누군가 “짜장면 먹을 사람,” 또는 “짬뽕 먹을 사람” 하고 손을 들게 해 주문을 했다. 메뉴판 따위는 볼 필요도 없었다. 이때 누군가 눈치 없이 물만두나 볶음밥을 먹겠다고 했다가는 심한 눈총을 받았다. 본인의 기호에 맞게 “내 짬뽕에는 양파를 넣지 마세요” 또는 “짜장에서 돼지비계는 빼 주세요” 등의 주문은 허용되지 않았다. 똑 같이 나온 짜장면에 맛을 더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춧가루나 식초를 넣어 먹는 것이 고작이었다. 가끔 직장동료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가게 된다. 7-8명이 가면 그중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사람은 한, 두 명 정도다.. 2020. 7. 10.
상자 속의 초콜릿 얼마 전의 일이다. 그날은 여느 때보다 출근이 조금 늦었다. 서둘러 사무실에 들어서니 책상 위에 낯선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따로 포장을 한 것도 아니고 누가 보냈다는 쪽지 따위도 붙어있지 않았다. 직원들 중에는 휴가를 다녀오며 작은 기념품을 사 와 나누어주는 이들이 더러 있다. 궁금한 마음으로 열어보니 라스 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이 새겨진 문진이었다. 그날 나는 반나절이나 걸려 내게 선물을 사다준 사람을 찾아냈다. 6층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언니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온다던 말이 생각이 났다. 감사의 인사를 이메일로 보냈더니 오후에 답이 왔다. 그제야 겨우 궁금증이 풀렸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선물은 크리스마스 때 부모님께 받았던 일기장과 볼펜이었다. 상당히 고급 일기장이었던 것으로 .. 2020.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