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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93

초심, 열심, 그리고 뒷심 거울 볼 일이 별로 없다. 출근길 머리는 아내가 손질해 주고 면도는 손으로 만져 까칠한 곳을 골라 전기면도기를 들이민다. 어쩌다 한 번 거울을 보곤 마주 보는 낯선 영감의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마음은 아직도 서툰 기타 솜씨로 어니언스의 ‘편지’를 노래하던 21살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그럼 마음으로 사는 모양이다. 얼마 전 가족들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40 초반의 큰 아들이 하는 말이 “마음은 21살”이라고 한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에세이 ‘첫 마음’에서 ‘초심, 열심, 종심(뒷심)’ 을 이야기한다. 매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이다. 그래서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지 않았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는 도로아미타불이다. 시작만 해 놓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건 ‘작.. 2020. 8. 28.
100가지 다른 인생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저녁 책을 읽는다.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비용 문제와 편리함 때문에 요즘은 킨들을 자주 사용한다. 굳이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전자책은 집에서 편하게 빌릴 수 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처럼 인기 있는 책은 예약을 해 놓고 기다리면 2-3주 안에 이-메일로 연락이 온다. 그때 다운로드를 하면 3주 동안 대여가 가능하다. 읽다가 재미없는 책은 주저 없이 내려놓는다. 읽고 싶은 책들이 널려 있는데 굳이 재미없는 책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인문학 서적보다는 소설이나 산문을 좋아한다. 에세이에는 저자의 생각과 인생철학이, 소설에는 다양한 모양새의 삶이 들어 있다. 과대 포장된 자서전이나 논픽션보다는 소설이 훨씬 더 사실적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사람.. 2020. 8. 26.
이념과 파벌의 싸움 한국의 지방선거가 이제 2달 남짓 남았다. 이번 선거의 변수로는 미투 운동과 인물난 등이 꼽히고 있다. 벌써 몇몇 유력 정치인들이 불출마를 선택했고, 인물난을 등에 없고 한때 뒷전으로 물러 났던 옛 정치인들이 다시 기웃거리고 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그리고 이런 선거 뒤에는 보궐선거까지,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르고 있다. 다수의 지지를 받은 이들을 지도자로 삼겠다는 뜻과 달리 작금의 선거는 그들만의 잔치 (다툼이 더 맞는 말이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의 자질과 역량보다는 이념과 파벌의 싸움으로 변질된 요즘의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도 다를 것이 없다. 언제부턴지 언론은 이념과 정치 노선에 따라 다소 편파적인 보도를 하며 사람들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정보가 넘.. 2020. 8. 21.
낯선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수년 전의 일이다. 한국에서 손님이 다녀갔다. 그중 한 사람이 수년 전 내 책을 편집해 주었는데 친구 두 명과 함께 휴가차 미국에 온 것이다. 마침 일행 중 한 사람의 후배가 패서디나에 살고 있었다. 1주일 머무는 동안 내가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고작 3일이다. 난 무언가 재미있고 기억에 남고 그리고 미국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고민한 끝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게티 뮤지엄을 선택했다. 차로 이동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먼길을 돌아가기도 했지만 짧은 시간에 과연 어떤 인상을 받고 갔는지 궁금하다. 그녀들과 며칠을 함께 다니며 나는 나대로 한국을 떠난 20여 년이란 세월이 가져다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두 번째 만난 날 한 친구가 하는 말이 내가 하는 말 중에 가끔씩 낯설고 낡.. 2020.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