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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104

산타의 계절 회사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선물 교환을 하며 이를 위해 12월 초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의 이름을 바구니에 넣고 이름을 뽑는다. 선물을 준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날 오후에 회의실에 모여 차례대로 선물을 준다. 누군가 먼저 자기가 뽑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면, 그걸 받은 사람은 자기가 준비한 선물을 다음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선물은 사장님에게서 받는 현금봉투다. 그래서 직원들은 혹시나 사장님이 자기 이름을 뽑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휴게실 문에는 선물 나누기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종이가 붙여진다. 여기에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적어 놓을 수 있다. 금년에는 누군가 재미있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미첼, 벌써 네 선물은 샀어.” 이미 사놓았으니 무엇을 적어도 소.. 2020. 12. 20.
가족도 못 보는 명절 금년 추수감사절에는 가족 모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빠, 가족 모임은 3 가정으로 제한하라고 하니 좋아하는 자식 둘만 불러야 할 텐데 누굴 오라고 할 거예요?” 10월 중순, 막내아들이 가족 톡방에 올린 내용이다. 형과 동생까지 다 오면 4 가정이니 그중 하나는 빼야 할 거 아니냐는 농담이다. 3 가정이나 4 가정, 무슨 큰 차이가 있어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막내는 신중한 성격이다. 11월부터는 일주일에 며칠씩 사무실에도 나가야 하니 그전에 미리 왔다며 11월 초에 다녀갔다. 이제 3 가정이 남았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급속히 나빠졌다. 이 정도면 다시 봉쇄령을 내려야 할 텐데, 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정치적인 이유로 미루고 있는 것 같다. 가까이 지내는 교우는 코로나에 걸려 1주일이나 병원에 입.. 2020. 11. 25.
단풍이 아름다운 까닭은… 지난가을 신문을 보다가 평생에 한 번은 가보아야 하는 드라이브 코스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중에 샌디에고의 79번 국도가 있었다. 봄에는 꽃이 예쁘게 피고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답다는 말에 마침 그쪽으로 출장을 갈 일도 있고 해서 신문을 오려두었다. 10월 말 출장길에 아내와 함께 그 길을 찾아갔다. 한 두해 전에 산불이 크게 났었는지 산에는 까맣게 타버린 나무들 사이로 이제 새로 올라오는 어린 나무들 뿐이었고 단풍 든 나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쿠야마카 (CUYAMACA) 호수까지 올라가서야 겨우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무 몇 그루를 볼 수 있었다. 아쉬움이 남아 11월 초 단풍을 보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밸리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의 세인트 앤드류 애비 (St Andrew.. 2020. 11. 7.
나의 살던 고향은 이제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미국에 와서 보낸 시간이 10년이나 더 길다. 누군가는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노래했지만, 나는 아직도 미국이 고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게는 남들에게 자랑하고 내세울만한 고향은 없다. 아버지는 실향민이었고, 외가는 손바닥만 한 집이라도 사대문 안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서울 중인이다. 남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서울역과 고속버스 터미널에 자리를 펴고 차표를 구하던 시절에도 우리는 명절을 집에서 보냈다. 사전에 보면 고향이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 또는, 자기 조상이 오래 누리어 살던 곳”이라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나의 고향은 외가가 있던 관훈동이고, 아버지가 사업을 접고 양계를 시작했던 구파발이며, 미국 오기 전까지 갈빗집을 하며 살았던 벽제다. 외가.. 2020.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