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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104

윈윈 전략 다툼이 생겨 법정에 가서 재판을 하게 되면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생겨난다. 법원의 판결이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상급법원에 항소를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각주의 크기에 따라 2단계 또는 3-4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세 번까지 재판이 가능한데, 하급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재판이 오래 계속되면 비용도 문제지만 이미 힘들게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반복하는 고통을 수반한다. 내가 경험한 미국 법원은 재판보다는 합의를 도출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둔다. 재판의 결과는 승패 (win-lose) 지만 합의의 결과는 양자 승 (win-win)이다. 오래전 보험사와의 분쟁으로 재판을 하게 되었다. 판.. 2020. 9. 4.
딸이 출산하던 날 딸아이가 아기를 낳았다. 아침에 병원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고, 오후에는 사위와 함께 병실에서 찍은 웃는 모습의 사진까지 보내왔다. 그동안 여러 명의 손주들이 태어났지만, 병원에 간다고 소식을 주고, 사진까지 보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에 아기 사진이 뜨면, 그제사 “아, 아기가 나왔구나” 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자꾸 마음이 갔다. 저녁까지 아기가 나오지 않았다. 유도분만을 하게 된다며 아마도 밤에 아기를 낳을 것 같다고 했다. 자고 일어나면 손녀의 사진을 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전화기를 열어보았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 싶어 메시지를 보내니 한참만에 답이 왔다. 아기가 나오지 않아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 2020. 9. 1.
무엇이 친일인가 요즘 한국 정치판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친일파 매국노의 자손이다. 외할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경성전기에서 일을 했으며, 경성전기 야구팀의 일원이었다. 꿈 많은 식민지 청년이었던 아버지는 일본군으로 복무한 행적이 있지만, 생전에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셨다. 더러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왜 아니겠는가. 그 세대들에게는 식민지 시대가 청춘의 시절이었고 꽃다운 학창 시절이 아니었던가.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의 해안경비대에 입대하여, 해군, 해병대의 창군 멤버로 조국에 봉사한 분이다. 6.25 때는 인천 상륙 작전에 참여하여 함경북도까지 북진하였고, 휴전 후에는 일선 연대장으로 근무하셨다. 그때 받은 훈장 덕에 은퇴 후에는 돌아가실 때까지 국가 유공자 연금을 받으셨다. 어디 우리 아버.. 2020. 8. 30.
초심, 열심, 그리고 뒷심 거울 볼 일이 별로 없다. 출근길 머리는 아내가 손질해 주고 면도는 손으로 만져 까칠한 곳을 골라 전기면도기를 들이민다. 어쩌다 한 번 거울을 보곤 마주 보는 낯선 영감의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마음은 아직도 서툰 기타 솜씨로 어니언스의 ‘편지’를 노래하던 21살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그럼 마음으로 사는 모양이다. 얼마 전 가족들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40 초반의 큰 아들이 하는 말이 “마음은 21살”이라고 한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에세이 ‘첫 마음’에서 ‘초심, 열심, 종심(뒷심)’ 을 이야기한다. 매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이다. 그래서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지 않았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는 도로아미타불이다. 시작만 해 놓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건 ‘작.. 2020.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