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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음93

돈 안드는 고객관리 모처럼의 휴일, 동생네와 함께 작은 아버지를 모시고 한국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밑반찬과 냉면이 먼저 나왔는데, 종업원이 식초병을 아내 쪽으로 떨어트리는 바람에 옷 위로 식초가 쏟아졌다. 종업원은 변변한 사과의 말도 없이 종이 냅킨 몇 장을 건네주었다.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냅킨으로 옷에 뭍은 식초를 닦자 그제사 물수건이라도 가져다주겠노라고 하며 갔다. 잠시 후 주문했던 남어지 음식들이 모두 나왔지만 물수건은 나오지 않았다. 만약 미국 식당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더라면 즉시 매니저가 달려와 사과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냉면 값을 받지 않던지 아니면 세탁비에 준하는 금액을 음식값에서 빼주었을 것이다. 그날 오후 아내는 며칠 전 샀던 식빵을 들고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에 갔다. 아침에 .. 2020. 9. 10.
윈윈 전략 다툼이 생겨 법정에 가서 재판을 하게 되면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생겨난다. 법원의 판결이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상급법원에 항소를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각주의 크기에 따라 2단계 또는 3-4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세 번까지 재판이 가능한데, 하급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재판이 오래 계속되면 비용도 문제지만 이미 힘들게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반복하는 고통을 수반한다. 내가 경험한 미국 법원은 재판보다는 합의를 도출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둔다. 재판의 결과는 승패 (win-lose) 지만 합의의 결과는 양자 승 (win-win)이다. 오래전 보험사와의 분쟁으로 재판을 하게 되었다. 판.. 2020. 9. 4.
딸이 출산하던 날 딸아이가 아기를 낳았다. 아침에 병원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고, 오후에는 사위와 함께 병실에서 찍은 웃는 모습의 사진까지 보내왔다. 그동안 여러 명의 손주들이 태어났지만, 병원에 간다고 소식을 주고, 사진까지 보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에 아기 사진이 뜨면, 그제사 “아, 아기가 나왔구나” 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자꾸 마음이 갔다. 저녁까지 아기가 나오지 않았다. 유도분만을 하게 된다며 아마도 밤에 아기를 낳을 것 같다고 했다. 자고 일어나면 손녀의 사진을 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전화기를 열어보았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 싶어 메시지를 보내니 한참만에 답이 왔다. 아기가 나오지 않아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 2020. 9. 1.
무엇이 친일인가 요즘 한국 정치판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친일파 매국노의 자손이다. 외할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경성전기에서 일을 했으며, 경성전기 야구팀의 일원이었다. 꿈 많은 식민지 청년이었던 아버지는 일본군으로 복무한 행적이 있지만, 생전에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셨다. 더러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왜 아니겠는가. 그 세대들에게는 식민지 시대가 청춘의 시절이었고 꽃다운 학창 시절이 아니었던가.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의 해안경비대에 입대하여, 해군, 해병대의 창군 멤버로 조국에 봉사한 분이다. 6.25 때는 인천 상륙 작전에 참여하여 함경북도까지 북진하였고, 휴전 후에는 일선 연대장으로 근무하셨다. 그때 받은 훈장 덕에 은퇴 후에는 돌아가실 때까지 국가 유공자 연금을 받으셨다. 어디 우리 아버.. 2020.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