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140

일곱 해의 마지막 작가 김연수의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은 시인 ‘백석’의 이야기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작가의 상상력으로 북한에 살았던 백석의 삶을 그리고 있다. 백석은 8.15 해방 이후 평양에 머물며 비서 겸 러시아어 통역으로 스승인 조만식을 도왔다고 한다. 6.25 전쟁 전후로 후배인 고정훈이 그에게 월남할 것을 제의했으나, 그는 4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1. 조만식 선생을 모셔야 한다. 2. 북에는 가족과 친지가 많아, 자신만 월남하면 남은 가족과 친지가 고초를 겪을 것이다. 3. 가족과 친지가 모두 같이 간다 해도, 남에는 생활 터전이 없어 더 힘들지도 모른다. 4. 이젠 감시가 심해져, 가고 싶어도 못 간다. 함경남도 홍원이 고향이었던 우리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단신 월남한 실향민이다. 미국에 이민 온.. 2021. 8. 20.
잊기 좋은 이름 요즘 한국문단은 젊은 여성작가들이 대세다. 이건 아마도 책을 사는 독자층이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국 소설은 시대에 따라 소재가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60년대 작가들의 글에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 자주 등장했다. 사춘기의 내게 이런 작품들은 너무 어둡고 잔인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최인호의 달달한 연애소설이었다. 얼마나 감미롭고 신선했던지. 그 후, 근대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주와 노동자들의 갈등이, 서슬이 퍼렇던 군사독재가 끝난 후에는 이에 항거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문학의 소재로 등장했다. IMF 가 지나고, 성차별과 여성의 권익이 사회 전반에 공론화되며, 최근에는 여성의 삶을 그린 작품들이 많아진 것 같다. 81년에 한국을 떠난 내게 2000년대의 소재들은 다소.. 2021. 8. 17.
더 플롯 (The Plot)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간다. 어떤 이야기는 독백이며, 어떤 이야기에는 두 사람이, 또 다른 이야기에는 여러 명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같이 자란 형제,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 사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는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 겪었어도 기억하는 내용은 다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고 들을 것이 모두 이야기가 될 수 있으므로, 가족, 친구, 이웃, 또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들은 것도 이야기로 남게 된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차고 넘치면 덜어내게 된다. 아마도 이런 과정이 창작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쓰지만, 작품이 늘어나며 이웃과 친구, 나중에는 남의 이야기를 가.. 2021. 8. 14.
꽈배기의 맛 작가 최민석은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윤고은의 EBS 북카페’의 월요일 고정 게스트다. 나는 그가 방송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을 구해 읽었음에도 막상 그가 쓴 책은 읽은 적이 없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말처럼 인기 작가라기보다는 인기 방송인이 맞는 모양이다. 중고 책방에서 그의 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 권을 발견하고 무조건 주문했다. 그렇게 해서 읽은 책이 그의 에세이집 ‘꽈배기의 맛’이다. 이 책은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로 2012년에 나왔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 후 내용을 수정하고 제목을 바꾸어 2017년에 새로 출판한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신문이나 잡지 등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에세이집을 낸다. 하물며.. 2021.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