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헨리’의 장편소설 ‘우리가 휴가지에서 만나는 사람들’(People We Meet on Vacation)은 달달한 연애소설이다.
여행 저널리스트인 ‘파피’는 매년 여름 대학시절 친구인 ‘알렉스’와 여행을 한다. 그녀가 고등학교 영어선생인 알렉스와 마지막 여행을 한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크로아티아 여행 이후 둘은 사이가 멀어진 상태.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요즘, 파피의 친구 ‘레이첼’은 그녀에게 알렉스에게 다시 연락을 해 보라고 권한다.
책은 각 장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파피와 알렉스는 12년 전 시카고 대학에서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오하이오 주 '린필드'가 고향이라, 명절을 맞아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오게 된다. 파피는 요란하고 다소 이상한 부모 밑에서 자랐고, 알렉스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손에 자랐다. 3학년 때, 두 개의 클래스를 함께 들으며 친해진 그들은 그해 여름 함께 밴쿠버로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파피는 여행을 직업으로 삼기로 다짐하고, 알렉스는 여름이면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기로 한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파피는 알렉스에게 문자를 보낸다. 알렉스는 팜스프링스에서 벌어지는 동생의 결혼식에 가기로 했다며, 파피에게 그곳에서 보자고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2년 만에 다시 함께 여행을 하게 되는데, 파피는 자신이 여행경비를 대며 알렉스에게는 잡지사가 비용을 댄다고 속인다.
책은 다시 몇 차례의 과거 여행으로 돌아간다. 여행을 거듭하며 두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존재인가를 알게 된다. 여행이 끝나고 혼자가 되면 서로를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은 연인이 되지 못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을 사귄다. 5년 전, 알렉스는 여자 친구인 ‘사라’에게 버림을 받았고, 그때 파피는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팜스프링스 여행은 계획과 달리 엉망진창이 된다. 파피가 예약한 값싼 방은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찜통이고, 침대가 하나밖에 없어 소파 베드에서 자던 알렉스는 허리병이 도진다. 렌트한 자동차의 타이어는 펑크가 난다. 그 와중에 파피는 알렉스에게 계속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4년 전 여름, 노르웨이와 스웨덴 여행을 앞두고 파피는 병이 난다. 알렉스는 여행을 팽개치고 파피를 간호한다. 파피는 자신이 알렉스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지만, 두 사람이 원하는 삶이 다르다는 것 또한 안다. 알렉스는 한 곳에 정착하는 안정된 삶을 원하고, 자신은 자유로운 방랑자의 삶을 원한다.
팜스프링스의 더위가 극에 달해 더 이상 이 방에 머물 수 없다고 결정한 순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발코니로 나간 두 사람은 빗속에서 서로를 찾게 되고, 결국 그날 사랑을 나누게 된다. 여행이 끝나는 날, 파피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안주해서 사는 삶이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고, 알렉스는 잘 생각해 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2년 전 여름, 크로아티아 여행 때 두 사람은 술에 취한 상태에게 키스와 애무를 나누다가 알렉스가 멈추는 바람에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파피는 그것이 자신을 거절하는 몸짓이라고 받아들였다.
파피는 그때 알렉스가 자신이 싫어서 거절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알렉스는 술에 취해서가 아니라 맨 정신으로 함께 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마침내 그녀는 린필드로 알렉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알렉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자신에게 린필드의 삶은 외롭고 부족했으며, 여행을 하며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덜 외로울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알렉스가 없는 삶은 어디에서도 외로울 수밖에 없음을 알았노라고.
에필로그에서 독자들은 그들이 뉴욕에서 함께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알렉스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찾았고, 파피는 잡지사를 그만두고 ‘뉴욕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라는 칼럼을 쓴다.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방황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채워줄 수 없다고 믿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 자신의 외로움이나 상실감은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감수하기로 마음먹는다. 특히 알렉스는 늘 자신의 행복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다. 자칫 자신의 행복이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인 양 생각한다.
너무 사랑하면 그 사랑을 이루기가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판사의 리스트 (The Judge’s List) (0) | 2021.11.19 |
---|---|
A Slow Fire Burning (0) | 2021.10.28 |
미국인이 쓴 미국 이야기 (0) | 2021.09.29 |
눈뜬 자들의 도시 (0) | 2021.09.22 |
빌리 서머스 (Billy Summers) (0) | 2021.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