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75 병원 이야기 (5) 6월 30일, 금요일은 내가 회사를 그만두는 날이었다. 인수인계는 모두 끝이 났기 때문에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었다. 오후에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저녁이 되니 소변을 보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UTI (요로 감염증) 증상과 유사하다. 병원은 이미 문을 닫았고, 이 시간에 어전트 케어에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하룻밤 자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밤부터 증상은 더 심해졌고, 밤새 식은땀을 흘리며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새벽에 눈을 떠 카이저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전화 상담이 가능하다. 의사 면담을 신청하고 다시 잠이 들었는데, 1시간 후에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증상을 이야기하니 UTI인 것 같다며 아침에 병원에 가서 소변 검사를 하고 항생제를 처방해 줄 테니 10일간 복용하라고 한다. 의사도 안.. 2023. 7. 8. 해피 플레이스 영어 원서의 경우 LA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올라오는 책들을 찾아서 읽는다. 당연히 클래식은 없다. 지난 몇 달 동안 ‘I Have Some Questions for You,’ ‘The White Lady, ‘The Idiot’ 등, 3권의 책을 빌렸다가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덮고 말았다. 처음부터 흥미진진한 책은 드물다. 대개는 40-50 페이지 정도 읽어 주인공을 알게 되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익숙해져야 책 읽는 속도가 붙는다. 어떤 이유에선지 이 3권의 책은 읽다가 덮어두었고, 그렇게 1-2주 지나고 나면 흥미를 잃게 된다. 그리고 집어든 책이 작가 ‘에밀리 헨리’의 ‘해피 플레이스’(Happy Place)다.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다. 미국에서는 로맨스 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책 구매가 .. 2023. 7. 4. 저만치 혼자서 김훈의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명태와 고래 – 어부 ‘이춘개’는 배를 타고 고기떼를 따라가다 조류에 밀려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 북한군에 잡힌다. 조사를 받고 몇 달 후 풀려나 남한으로 돌아 오지만 송환된 지 6년 후에 간첩죄로 체포되어 14년 형을 받고 교도소로 보내진다. 출감 후, 가족이 모두 떠난 향일포에 돌아온 그는 두 달 뒤에 물에 빠져 죽는다. 작가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을 거치며 자행되었던 이념과 공포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당하게 감옥에 보내지고 죽음을 당했던가. 부끄러운 흑역사다. 손 – 주인공인 나에게는 특수강간범으로 기소된 아들이 있다. 나는 경찰의 면담요청에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서를 찾았고, 그곳에서 내 아들에.. 2023. 6. 25. 카르페 디엠 라틴어 ‘카르페 디엠’은 영어권에서는 “오늘을 즐겨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로 쓰이기도 한다. 이 말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송가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시구이며, “오늘을 붙잡게”라는 의미라고 한다. ‘카르페’는 과실을 따거나 추수한다는 의미의 ‘카르포’라는 동사의 명령형이다. 과실을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힘든 일이며, 농부에게 추수는 매우 보람 있고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카르포’ 동사에 “즐기다, 누리다”라는 의미를 더해 “오늘 하루를 즐겨라”라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시인의 뜻과 달리 현대에서는 이 말이 쾌락주의를 조장하는 말로 다소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호라티우스가 속해 있던 에피쿠로스 학파는.. 2023. 6. 24.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