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16

커피 이야기 한인들의 미국 이민이 많았던 80년대, 불법체류도 많았다. 커피와 연관된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불법체류자는 미국에 오래 산척 하려고 프림을 넣지 않은 쓴 블랙커피를 마시고,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는 설탕과 프림을 넣어 입맛에 익숙한 달달한 커피를 마신다고 했다. 나 역시 이런 달달한 커피로 커피 마시기를 시작했다. 프림의 유해론이 불거지자, 설탕만 넣어 마셨다. 그때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셨다. 미국 직장에 다니며 원두커피를 마셔보니 인스턴트커피에서 나는 특유의 뒷맛이 없었다. 마침 회사에는 층마다 커피 클럽이 있어, 월 10달러의 회비를 내면 제한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미국 사람들은 모두 시커먼 블랙커피를 마시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유와 설탕, 다양한 맛이 첨가된 크림이나 시럽을 선호하는 사람.. 2021. 3. 26.
산타의 계절 회사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선물 교환을 하며 이를 위해 12월 초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의 이름을 바구니에 넣고 이름을 뽑는다. 선물을 준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날 오후에 회의실에 모여 차례대로 선물을 준다. 누군가 먼저 자기가 뽑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면, 그걸 받은 사람은 자기가 준비한 선물을 다음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선물은 사장님에게서 받는 현금봉투다. 그래서 직원들은 혹시나 사장님이 자기 이름을 뽑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휴게실 문에는 선물 나누기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종이가 붙여진다. 여기에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적어 놓을 수 있다. 금년에는 누군가 재미있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미첼, 벌써 네 선물은 샀어.” 이미 사놓았으니 무엇을 적어도 소.. 2020. 12. 20.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샤워를 마치고 차를 타고 집을 나선다. 요즘은 이틀에 한번 샤워를 하고 면도도 한다. 잠옷 바지 하나로 5달째 잘 버티고 있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차에서 내릴 것도 아니다. 그동안 병원에 가느라고 2-3번, 차를 고치러 수리점에 가느라고 2-3번, 외출복을 입고 나갔던 것이 전부다. 천천히 골목길을 나가다 보면 늘 만나는 이웃들의 모습이 보인다.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을 나온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노인들은 천천히 걷고, 젊은이들은 이어폰을 귀에 끼고 땀을 흘리며 뛴다. 교육구 급식소에 들러 음식 봉투를 받고, 스타벅스로 향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침 시간이다. 차에 타면 다운로드하여 놓은 팟캐스트 방송 ‘윤고은의 북 카페’를 튼다. 초대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 2020. 8. 29.
커피 한 잔 난 커피를 좋아한다. 내가 처음으로 원두커피의 맛을 본 것은 70년대 중반의 일이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이 된 나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독학을 하고 있었다. 다른 형제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는데 나만 자꾸 처지는 것 같아 하루는 서울에 있는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백인 카운슬러에게 나의 사정을 이야기하니 용산 미 8군의 교육센터로 연결을 해 주었다. 그 후 미국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보기 위하여 교육센터 안의 도서관으로 시험공부를 하러 다녔다. 교육센터에는 밑에 커피를 따를 수 있는 꼭지가 달린 커다란 철제 원형통에 늘 뜨거운 커피가 끓고 있었다. 사람들은 오며 가며 커피를 받아 마셨고 나도 도서관 직원이 권하여 그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인스턴트 커피와는 맛도 향.. 2020.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