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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16

병원 이야기 (4) 20여 년 전의 일이다. 정기검진을 하던 중, 주치의가 내 심장이 남들보다 빨리 뛴다고 했다. 계속 빨리 뛰면 결국 심장근육이 지쳐 멈추지 않겠느냐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며 심장 전문의를 보라고 했다. 심장 사진도 찍고, EKG 검사도 했지만 원인은 알아내지 못했다. 그때부터 심박동을 늦추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중추신경이 손상되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 정확한 진단은 아니다. 지난 6월 초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더니, 주치의가 심장이 너무 빨리 뛴다며 깜짝 놀란다. 일분에 120 정도가 나왔다. 100이 넘으면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본다. 생각해 보니 이틀 동안 약을 챙겨 먹지 않았다. EKG 검사를 하더니, 그래프가 전.. 2022. 7. 1.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의 작품에서는 영어권 소설을 한글로 번역한 느낌을 받곤 한다. 기발한 소재, 톡톡 튀는 플롯이 재미를 더 한다. 큰 기대하지 않고 집어 들었던 작품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역시 그런 맥락에서 재미있었다. 로봇 - 여행사 여직원 김수경이 자칭 로봇이라는 남자와 잠시 나누는 사랑이야기다. 섹스 로봇이 곧 대중화될 조짐이 보이는 요즘, 재미있는 소재다. 여행 - 결혼을 앞둔 수진은 전에 사귀던 애인에게 반 강제로 납치되어 곤욕을 치른다. 여자들은 결혼을 앞두면 다소 흔들리는 모양이다. 곧 남의 여자가 될 애인을 한 번 더 안아본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악어 - 변성기를 맞으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얻어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어느 날 홀연히 그 음성을 잃게 된다. 밀회 - 7년 동안.. 2022. 1. 29.
드라이브 스루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거의 모두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차할 필요 없이 차에 앉아 주문을 하고 음식을 받을 수 있는 나름 편리한 서비스다.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의 길이를 보면 체인점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방대한 크기의 미국이니 만큼 지역에 따라 패스트푸드의 상호나 인기도는 다를 수 있다. 내가 사는 남가주에서는 단연 ‘인 앤 아웃 버거’와 치킨 샌드위치로 유명한 ‘칙필레’가 인기다. 대부분 체인점의 드라이브 스루는 한 줄이지만, 이 두 체인점에는 보통 두 줄이 있다. 끼니때가 되면 그 줄이 가게 밖 도로까지 길게 늘어선다. 요즘은 여기에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까지 가세를 했다. 팬데믹 이후, 스타벅스는 쇼핑센터에 있던 일부 매장의 문을 닫고 드라이브 스루를 갖춘 매장을 .. 2021. 10. 2.
끼니 걱정 (2)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어제저녁에는 할리웃 보울에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아내만 두고 갈 수가 없어 대신 TV로 야구를 보았다. 7월 4일 아침 – 오랜만에 시리얼을 먹었다. 벌써 몇 달째 아침이면 아내가 만든 그릭 요구르트나 오트밀에 과일과 견과류를 올려 아침으로 먹는다. 모처럼 먹으니 시리얼도 먹을만하다. 주일이지만 아내 아픈 것을 핑계 삼아 성당에는 가지 않았다.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일요일 신문을 펼쳤다. 평소 주일 아침에는 커피를 안 마시거나 마셔도 아주 소량만 마신다. 미사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침 8시부터 워싱턴 내셔널스와 다저스의 야구중계를 한다. 오후에는 불꽃놀이가 있기 때문에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동부는 우리보다 3시간 빠르니, 오전 .. 2021.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