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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드라이브 스루

by 동쪽구름 2021. 10. 2.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거의 모두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차할 필요 없이 차에 앉아 주문을 하고 음식을 받을 수 있는 나름 편리한 서비스다.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의 길이를 보면 체인점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방대한 크기의 미국이니 만큼 지역에 따라 패스트푸드의 상호나 인기도는 다를 수 있다. 내가 사는 남가주에서는 단연 ‘인 앤 아웃 버거’와 치킨 샌드위치로 유명한 ‘칙필레’가 인기다.

 

대부분 체인점의 드라이브 스루는 한 줄이지만, 이 두 체인점에는 보통 두 줄이 있다. 끼니때가 되면 그 줄이 가게 밖 도로까지 길게 늘어선다. 요즘은 여기에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까지 가세를 했다. 팬데믹 이후, 스타벅스는 쇼핑센터에 있던 일부 매장의 문을 닫고 드라이브 스루를 갖춘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우리 집 근처 사거리에는 인 앤 아웃 버거, 스타벅스, 맥도널드, 그리고 타코벨이 자리하고 있다. 아무리 바쁜 시간에도 맥도널드와 타코벨의 드라이브 스루 줄이 도로까지 이어지는 일은 없다. 반면, 스타벅스와 인 앤 아웃 쪽 도로에서는 자주 긴 줄을 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 작가 빌 브라이슨이 아들을 데리고 ‘버거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드라이브 스루에 10여 대의 차가 있었다. 그는 차를 주차하고 가게에 들어가 10여 분 만에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나왔다. 나오면서 보니 그가 도착했을 때 줄 끝에 서있던 흰색 픽업트럭이 아직도 네다섯 대의 차량 뒤에 있었다고 한다. 

 

나도 가끔 비슷한 경험을 한다. 그러면 나는 차를 주차하고, 아내가 들어가 음식을 사 가지고 나온다. 일전에는 그와 반대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주일 아침 스타벅스에 갔는데, 드라이브 스루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차를 대고 아내가 들어갔는데, 우리가 왔을 때 먼 뒤에 있던 차가 나가고 그다음에 온 차들도 음료를 받아 나간 후에야 아내가 나왔다. 그날따라 매장 안에 사람이 가득했다고 한다. 

 

요즘은 드라이브 스루가 없는 패스트푸드나 식당에서는 커브사이드 서비스를 한다. 음식을 주문하고 가서 가게 앞에 차를 대고 전화를 하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준다. 그 앞에 가서 주문을 할 수도 있다. 나 같은 장애인에게는 매우 편리한 서비스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슈퍼마켓도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가서 차를 세운 후 전화를 하면 주문한 식료품을 차에 실어 준다. 따로 서비스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나도 몇 번 해 보았는데, 과일/채소와 고기의 질이나 신선도가 매장에 들어가서 사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이런 편리함에 물든 미국인들은 걷지 않으려고 한다. 버클리 대학의 어떤 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평균 1년에 120 킬로미터, 일주일에 2.3 킬로미터, 하루에 328 미터 정도를 걷는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인의 85퍼센트는 주로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35퍼센트는 전적으로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성인의 절반이 과체중이고 3분의 1이 비만이다. 평소에 걷지 않는 사람들은 따로 돈을 내고 헬스장에 가서 러닝 머신 위를 걷는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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