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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야기

냉장고 타령

by 동쪽구름 2021. 8. 3.

아내는 오래전부터 냉장고를  것으로 바꾸고 싶어 했다. 부엌에 있던 냉장고를 차고로 보내고  냉장고를 사려고  , 부모님이 밸리 노인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아파트에는  냉장고가 어, 어머니가 쓰시던 냉장고 우리  차고로 오게 되었다.

 

몇 년 후, 다시 냉장고를 바꾸자고 하고 있는데, 누이동생이 이사를 하게 되었다며 와서 보고 쓸만한 가구를 가져가라고 했다. 책상과 옷장을 가져오며 냉장고도 가져왔다. 우리가 쓰던 것보다 크고 새 것이라 부엌에 있던 것과 바꾸었다.

 

DWP에서 낡은 냉장고를 새 것으로 바꾸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신청을 했더니 접수가 되었다. 헌 냉장고가 해당이 되는지 확인까지 하고 갔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며 프로그램이 중단되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여름이 시작되며 프로그램이 다시 재개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새 냉장고를 받기는 했는데, 먼저 쓰던 것보다 좀 작다. 마침내 큰 냉장고를 살 때가 된 것이다.

 

Lowe’s에 가서 LG 냉장고를 샀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냉장고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은 비능률적인 미국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Lowe’s에서는 자기네 카드로 물건을 사면 무이자 또는 5% 디스카운트를 해 준다. 냉장고를 파는 직원에게 디스카운트가 있느냐고 물으니, $50를 깎아줄 수 있다고 한다. 5% 디스카운트를 말하니, 그것도 해 줄 수 있다고 한다. 계산을 끝낸 그는 두 가지 디스카운트를 다 적용했다며 생색을 낸다. 그런데 계산을 보니 $50 만 적용이 되고, 5% 디스카운트는 없다. 이를 지적하니 고객 서비스 창구로 가보라고 한다.

 

입구 쪽 창구로 가니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30분을 기다려 직원을 만났는데, 결국 아까 냉장고 판 직원을 부른다. 한참만에 달려온 그는 그제사 두 가지 디스카운트를 다 받을 수는 없고 하나만 받아야 한다며, 5% 디스카운트를 계산해 준다. (그럼 아까 한 말은 뭐야?)

 

집에 온 후, 아내는 혹시 바가지 쓴 것은 아닌가 하며 인터넷을 찾아본다. HomeDepot 에서 같은 냉장고를 $200 싸게 판다. Lowe’s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경쟁사에서 싸게 파는 것은 차액을 돌려준다고 한다.

 

Lowe’s 고객 서비스에 전화를 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 연결되었다. 자기는 온-라인 주문한 것만 해 줄 수 있고, 가게에서 산 것은 그 가게로 가야 한다고 한다. (같은 회사인데, 이게 말이 되나?) 이런 경우 전화로 싸워봐야 소용없다. 다시 냉장고를 샀던 가게로 고~고~

 

이번에는 줄이 길지 않아 금세 차액을 빼고 다시 계산을  준다. 냉장고 배달 하루 전날 저녁에 배달확인을 하며 시간을 알려 주기로 했다.

 

냉장고가 오기로   아침이 되어도 전화가 없다. Lowe’s 가게로 12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하면 녹음이 나오고, 원하는 부서를 선택하라고 한다. 배달, 고객 서비스, 가전제품 등의 부서에 차례로 전화를 했지만, 15-20분쯤 기다리게  놓고 전화가 끊어진다.  한번 직원이 나왔지만, 배달로 연결해   전화는 끊어졌다.

 

온-라인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다. 대기시간이 1시간 30분, 메시지를 남기면 전화를 해 준다고 한다. 2시간 후에 전화가 왔다. 냉장고는 11시 – 3시 사이에 배달 예정이라고 한다. 혹시 내 전화번호가 제대로 기입되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니, 가게에서 산 것이라 자기는 그 내용은 볼 수 없다고 한다. (같은 회사 맞아?)

 

오후 2시 45분에 마침내 배달 트럭에서 연락이 왔다. 5분 후에 온다고 한다. (5분 동안에 냉장고를 다 비우라고?) 잠시 후 도착한 배달 회사 직원은 매우 친절하고 능력 있어 보였다. 새 냉장고를 준비하는 동안 천천히 냉장고를 비우라고 하며 줄자로 앞문과 공간을 확인한다. 결국 페티오 문으로 들어왔다.

 

Lowe’s는 무엇이 문제인가? 직원이 부족하다. 전화받는 사람도 부족하고, 가게에서 손님을 맞는 직원도 부족하다. 직원들은 자기 일에 익숙지 않고, 전문성이 떨어진다. 이건 결코 Lowe’s 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에 돈을 투자한 자본가들은 자기 돈을 잘 불려주는 경영인을 선호한다. 고액의 연봉과 보너스로 최소 비용으로 수익을 내는 CEO 들을 고용한다. 경영진은 이윤을 내기 위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임금이 높은 경력사원보다는 파트타임/신규채용에 의존하며, 직원들 역시 장기 고용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에서 부르면 쉽게 이직한다. 피해는 고객의 몫이다.

 

하지만 고객도 이런 악순환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싼 것만을 찾는 소비패턴이 이런 경영문화를 만든 것이다.

모두가 지나치게 욕심내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나누어 먹고사는 풍토가 회복되어야 한다. 이것이 곧 건전한 사회, 인간성의 회복이다.

 

휴일 아침, 새로 산 냉장고를 마주하며 아침을 먹는다. 둘러보니 이제 우리 집 가전제품은 모두 LG 아니면 삼성이다.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40여 년 전 미국에 왔을 때, 우리 집에는 온통 일제 투성이었다. 이제 미국의 가전제품 시장에서 일제는 확연히 한국산 아래에 있다.

 

냉장고를 큰 것으로 바꾸었으니, 다음 차례는 TV 다. 얼마 전 방에 있는 TV 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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