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어제저녁에는 할리웃 보울에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아내만 두고 갈 수가 없어 대신 TV로 야구를 보았다.
7월 4일 아침 – 오랜만에 시리얼을 먹었다. 벌써 몇 달째 아침이면 아내가 만든 그릭 요구르트나 오트밀에 과일과 견과류를 올려 아침으로 먹는다. 모처럼 먹으니 시리얼도 먹을만하다.
주일이지만 아내 아픈 것을 핑계 삼아 성당에는 가지 않았다.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일요일 신문을 펼쳤다. 평소 주일 아침에는 커피를 안 마시거나 마셔도 아주 소량만 마신다. 미사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침 8시부터 워싱턴 내셔널스와 다저스의 야구중계를 한다. 오후에는 불꽃놀이가 있기 때문에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동부는 우리보다 3시간 빠르니, 오전 11시 게임이다. 어제 경기는 비로 인해 중단되는 바람에 12시가 넘어 끝났는데, 선수들도 힘이 들겠다.
7월 4일 점심 – 남들은 피크닉도 가고 바비큐도 한다는데, 우리도 바비큐를 먹기로 했다. Stonefire Grill의 tri tip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준이와 음식을 가지러 가니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다. 음식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고기도 적당히 잘 익었고, 샐러드와 마늘 빵도 맛있다.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7월 4일 저녁 – 마침내 아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조카 녀석들에게 설거지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먹은 그릇에 물만 부어 놓고는 제대로 치우지 않는다. 세탁장에는 빨래가 쌓여 가고, 오며 가며 보니 집안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달걀을 풀어 어제 남은 김밥을 지져 샌드위치와 함께 저녁을 차려 준다.
해가 떨어지니 사방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다. 주택가에서 폭죽을 터트리면 불법이지만 단속을 하지 않는다. 지난 수년 사이에 주택가 불꽃놀이가 크게 늘어났다. 아내는 준이와 마당에 나가 이웃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을 보고, 나는 거실에서 TV로 독립기념일 축하 공연을 보았다.
7월 5일 점심 – Norm’s에 가서 스테이크 세트메뉴를 사 왔다. 가는 길 Sherman Way 선상에는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 살았던 아파트, 세일이가 유치원과 1학년을 마친 초등학교, 부모님들이 양로병원에 들어가시기 전에 살았던 아파트, 은퇴 후 처음 들어가셨던 노인 아파트 등이 줄줄이 있다. 지난 기억들이 차창으로 들어오는 풍경과 함께 흐른다. 40년이 지났어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거리다.
Norm’s 은 가격에 비해 맛이나 양이 괜찮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대중식당이다.
7월 6일 저녁 – 저녁은 나와 준이만 먹으면 되니 햄버거나 사다 먹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연락 없이 우리 집 문을 두드릴 사람은 UPS 나 아마존 배달밖에 없는데. 제노가 음식을 가지고 왔다. 마끼 롤을 만들어 먹으라고 참치와 야채, 김 등을 가져왔다. 아내가 지어 준 밥으로 롤을 만들어 먹었다.
7월 7일 아침 – 아내가 끓여주는 오트밀을 먹었다. 성치 않은 사람이 일어나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는데, 이렇게라도 움직이는 것이 회복에는 도움이 될 것도 같다.
7월 7일 점심 – 아내가 카레를 만들었다.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날 모양이다. 아파도 환자 대접을 안 해주니 결국 이렇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살아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