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30여 년 동안, 6월 셋째 주일은 아버지의 날이자 할아버지의 날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아버지 없는 아버지 날을 보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카드 쓸 일도 없었다.
6월 초의 일이다. 장에 다녀온 아내가 카드를 한 뭉치 꺼내 놓더니 아이들에게 쓰라고 한다. 열어 보니 아버지 날 카드들이다. 우리 집 남자들은 이제 모두 아버지니 이제부터는 아이들에게 카드를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미국에는 이런저런 날도 많고, 그런 날에 맞는 카드도 종류별로 많다.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 날 카드도 있고, 사위에게 보는 것도 있고, 남편에게 보내는 것도 있다. 난생처음 아이들에게 아버지 날 카드를 써서 보냈다.
나이가 드니 앞날보다는 지난날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미 지나 온 길이고 돌아가 바꿀 수도 없는 일들인 것은 알지만, 생각은 늘 그곳에 머물곤 한다. 카드에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일들을 썼다.
베이커스 필드에 사는 둘째에게서 아버지 날 아침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미안해하실 것 없어요. 아빠가 나름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알아요. 그리고 모두 다 잘 되었잖아요.”
토요일에는 딸네 식구들이 오고, 일요일에는 큰 아들이 다녀 갔다. 아내는 젊은 아버지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주었다. 새로운 전통이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