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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끼니 걱정 (1)

by 동쪽구름 2021. 7. 7.

아내가 수술을 한 지 3일이 되었다. 간단한 수술이라 (어떤 수술인지는 그녀의 프라이버시 문제라 공개하기 곤란함) 생각했는데, 환부가 민감한 부분이라 회복이 더디다. 그녀가 회복할 때까지 하루 세끼 밥을 내가 해결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성인으로 인정하는 18세가 넘은 조카딸이 있긴 하지만 저 먹는 것만 겨우 챙겨 먹을 뿐, 나머지 식구의 밥 걱정은 내 몫이다. 평소 아내의 불평이 이해가 된다. 그녀는 왜 사람들은 하루에 꼭 세끼를 챙겨 먹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자주 던지곤 했다. (그녀는 하루 2끼만 먹는다.)

 

7월 1일 새벽,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아침으로는 전날 사 두었던 팥빵에 병원 주차장에 있는 커피 카트에서 산 커피로 해결. 아내는 마취에 취약해서 수술 후 깨어나는 과정이 더딘 편이다. 병원은 아직도 코로나 경계를 풀지 않아 보호자는 회복실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아침나절을 대기실에서 보냈다. 

 

아내를 집에 데리고 오니, 점심 때다. 민서는 알아서 먹는다 하고, 준이는 라면을 끓였다며 그걸 먹겠다고 한다. 혼자 나가 El Pollo Loco 샐러드를 사들고 와서 먹었다. 한 끼를 먹고  돌아서니, 다음 끼니가 기다리고 있다. 

 

7월 1일 저녁 -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사다 먹었는데, 간장을 너무 많이 넣고 만들어 내 입에는 잘 맞지 않았다. 아내는 바나나와 고구마 삶은 것을 먹었다.

 

7월 2일 아침 -  Panera Bread에서 산 블루베리 베이글과 커피를 먹었다. 이 집 베이글은 좀 건조한 편인데, 크림치즈 없이 먹으니 도리어 담백하니 맛이 괜찮다. 아내도 반 조각 먹었다. 

 

7월 2일 점심 - Maria’s Kitchen에서 피자와 샐러드를 사다 먹었다. 커브 사이드 오더를 하고 가서 전화를 하니 차로 음식을 가져다준다. 코로나 이후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커브 사이드 서비스를 해주어 편리하다.

 

7월 2일 저녁 - Popeyes의 튀김 닭과 비스킷을 먹었다. 음식을 찾으러 들어 간 준이가 한참이 되어도 나오지 않는다.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음식이 안 나와 기다린다고 한다. 불러서 영수증 카피를 주며 직원에게 보여 주라고 했다. 그제사 주방에 있었다며 음식을 주더라고 한다. 

 

이틀 동안 텃밭에 물을 주지 않았더니, 오이며 채소들이 기진맥진 죽는시늉을 하고 있다. 아내가 아픈 몸을 이끌고 마당에 나가 물을 주었다. 아내가 딴 오이를 반으로 갈라 나누어 먹었다. 하루 종일 기름진 음식만 먹다 싱싱한 오이를 먹으니 상큼하니 맛있다.

 

7월 3일 아침 - Denny’s의 팬케이크와 베이컨, 스타벅스의 커피로 아메리칸 스타일 아침을 먹었다. 준이는 매끼 먹는 외식을 은근히 즐기는 표정이다. 

 

7월 3일 점심 - 무얼 먹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제노에게서 전화가 왔다. 카톡을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 전화를 했다고 한다. 카톡을 열어보니, “오늘 점심은 12시 30분에 하시지요.”라는 메시지가 와 있다. 노라가 만든 음식을 가져다 줄 모양이다. 잠시 후, 김밥과 샌드위치, 새우 볶음밥까지 가지고 왔다. 우리는 줄 것이 없어 텃밭에서 딴 오이를 몇 개 주었다.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으니 좋다. 이것도 아내 덕이다. 

 

점심으로는 김밥을 먹었다. 저녁에는 샌드위치와 볶음밥을 먹어야겠다. 오늘 하루 끼니 걱정은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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