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둘째를 가졌다. 내년 1월에 낳으면, 첫째 하린이와는 23개월, 두 살 차이다. 터울로는 딱 알맞다. 친정아버지의 마음은 기쁨보다는 딸 걱정이 먼저다. 임신과 출산, 게다가 고만고만한 아이 둘을 키우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얼마 전 초음파 검사를 하고 아기의 성별을 알게 되었다. 딸이다. 소식을 듣는 순간, 혹시나 시부모님이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돈은 나보다 나이가 한두 살 아래지만, 언행을 보면 상당히 한국적이다. 사위가 외아들인데 첫아이가 딸이었으니,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서다.
이미 여러 명의 손자 손녀가 있는 내게 손주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임산부와 아기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보니, 굳이 따지자면 나이 든 부모의 입장에서는 딸이 더 좋은 것 같다. 상대방의 감정을 간파하는 것이나, 소소한 일에도 신경을 쓰는 것은 아들보다는 딸이 낫다.
아들 딸 하나씩 키우기보다는 같은 성별의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 조금은 쉽다. 첫 아이가 쓰던 물건과 옷을 쓸 수 있고, 방도 따로 장만한 필요 없이 둘이 하나를 쓸 수 있으니, 재정적인 부담도 적다.
며칠 후, 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시부모님은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수고했다며 용돈까지 두둑이 받았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말 나온 김에, “이제 그만 낳을 거지?” 하고 물으니, 사위가 아들을 낳고 싶어 해서 하나쯤 더 낳을 것 같다고 한다. 정말 사위가 아들을 원하는 것인지, 차마 며느리 앞에서는 섭섭함을 표하지 못하지만 아들 손자가 있었으면 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읽고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다. 후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첫 아이 하린이의 태명은 아빠 엄마의 성을 따, ‘최고’였다. 둘째 아이는 아빠 (자인) 엄마 (세미) 이름에서 한자씩 가져와 ‘미인’이다. 하린이는 고생 끝에 제왕절개로 낳았는데, 둘째 ‘미인’은 잘 낳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인아, 무럭무럭 잘 자라서 내년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