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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by 동쪽구름 2020. 8. 29.

샤워를 마치고 차를 타고 집을 나선다. 요즘은 이틀에 한번 샤워를 하고 면도도 한다. 잠옷 바지 하나로 5달째 잘 버티고 있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차에서 내릴 것도 아니다. 그동안 병원에 가느라고 2-3번, 차를 고치러 수리점에 가느라고 2-3번, 외출복을 입고 나갔던 것이 전부다.

 

천천히 골목길을 나가다 보면 늘 만나는 이웃들의 모습이 보인다.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을 나온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비닐봉지가 들려있다. 노인들은 천천히 걷고, 젊은이들은 이어폰을 귀에 끼고 땀을 흘리며 뛴다.

 

교육구 급식소에 들러 음식 봉투를 받고, 스타벅스로 향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침 시간이다.

 

차에 타면 다운로드하여 놓은 팟캐스트 방송 ‘윤고은의 북 카페’를 튼다. 초대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이다. 요일마다 바뀌는 게스트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들을 정답게 맞는다. 하루 중 유일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급식소나 스타벅스에 긴 줄이 늘어서 있으면 도리어 반갑다. 이 시간을 좀 더 길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서 아침을 먹는다. 예전 같으면 사무실에서 9시쯤 커피와 함께 준비해 간 빵 한 조각으로도 충분했었는데, 요즘은 빵과 달걀, 과일과 텃밭에서 딴 방울토마토까지 푸짐하게 먹는다. 그동안 위장이 늘어났는지 잘 넘어간다. 스타벅스에서 산 ‘벤티’ 사이즈 커피 한 잔에 뜨거운 물을 섞어 두 잔을 만들어 아내와 나누어 마신다. 내 것은 보온컵에 담아 하루 종일 마신다.

 

‘스포티파이’를 틀어 한국 노래를 들으며 노트북을 켠다.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라 15분마다 광고가 나오기는 하지만 다양한 한국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좋다. 회사 일을 시작한다. 

 

조카 녀석들은 9시에 on-line 수업을 시작하고, 12시 10분이 점심시간이다. 점심은 하루 세끼 중 4 식구가 함께 먹는 유일한 식사다. 아내가 가장 신경 써서 만드는 식사다.

 

2시에 마감을 시작해서 3시쯤이면 대충 회사 일은 끝이 난다. 방에 들어 가 침대에 누워 허리를 편다. 곁에서는 아내가 태블릿으로 영화를 보고 있고, 나는 책을 펼쳐 들거나 인터넷 바둑을 둔다. 한동안은 뉴스를 열심히 찾아서 보았는데, 요즘은 거의 보지 않는다. 내가 뉴스를 보지 않아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복숭아가 한철일 때는 저녁 무렵 아내가 마당에 물을 줄 때면 페티오에 나가 앉아있곤 했다. 아내는 나무에 물을 주다 잘 익은 복숭아를 하나 '뚝' 따서 내게 건네주곤 했다. 요즘은 잘 나가지 않는다. 자칫 모기에게 물리기도 하지만, 더 이상 얻어먹을 복숭아가 없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나면 TV 앞에 앉아 ‘다저스’의 야구중계를 본다. 무관중이지만 그나마 야구를 하니 저녁나절 소일거리가 생겨 좋다. 

 

10시쯤 자리에 눕는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오늘 낮에 먹은 점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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