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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147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를 읽으며 다시금 하루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일상과 주변의 모든 것들이 글의 소재가 된다. 음악을 듣거나, 차 또는 술을 마시며 떠오르는 단상, 길을 가다 문득 눈을 들어 본 주변의 사물, 버스나 전철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지나가며 듣는 낯선 이들의 대화가 모두 글이 된다. 이 책에는 1984년 ‘Classy’라는 잡지가 창간된 때부터 이 년 동안 일레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와 연재했던 글과 그림을 모은 것이다. 하루키의 글만큼이나 미즈마루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의 절반은 글이고, 나머지는 그림이다. 하루키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이 책에 실린 글을 썼고, 머리에 떠오른 것을 술술 써서 .. 2024. 1. 3.
수도원 기행 정말 오래 기다린 끝에 공지영의 책 ‘수도원 기행’을 손에 넣었다. 미국에서 한국책을 새 책으로 사려면 꽤 큰 출혈이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책방에서 중고책을 산다. 중고책방의 단점은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살 수 없다는 점이다. 수도원 기행이 그랬다. 몇 년 전부터 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책을 구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중고책은 정가의 절반이하로 거래가 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사는 중고책은 한국 가격의 두 배에 별도의 송료를 지불해야 한다. 펜데믹 이전에는 $50 이상 구매하고, 3-4주 걸리는 배편을 이용하면 배송료가 따로 없었다. 펜데믹이 시작되며 배편은 없어졌고, DHL 항공편 밖에 없다. 3-4일 내로 책을 받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15 가량의 배송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일주일.. 2023. 12. 22.
오디션 ‘무라카미 류’의 장편소설 ‘오디션’을 읽었다. 영화사를 운영하는 중년의 ‘아오야마’는 7년 전 아내를 잃은 뒤 16살 난 외아들과 살고 있다. 아내의 죽음 이후 우울증 직전까지 갔던 그는 슬픔을 잊기 위해 일에 매달리고 아들 ‘시게히코’와 여러 취미활동을 하며 지낸다. 어느 정도 슬픔에서 벗어났다고 느낄 즈음, 시게히코는 아빠에게 이제 재혼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이런 이야기를 친구인 ‘요시카와’에게 하자 그는 뜻밖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오디션으로 재혼 상대 여성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영화 제작사가 오디션을 한다고 하자, 4천여 명이 원서를 보내왔다. 서류심사로 100명을 추려 그들의 이력서를 검토하는데, 눈에 띄는 여자가 있다. “발목 부상으로 발레를 포기해야 했던 것은 죽음을 받아들.. 2023. 12. 19.
교환(The Exchange) ‘존 그리샴’의 새 책 ‘교환’(The Exchange)은 그의 출세작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The Firm)의 후속작이라고 알려져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1991년 발표한 두 번째 소설인 The Firm 은 15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며 그를 세상에 알린 책이다. 1993년에는 ‘톰 크루즈’와 ‘진 해크먼’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의 세 번째 소설 The Pelican Brief로 그를 알게 되었으며, 그 후 A Time to Kill과 The Firm을 차례로 읽고 팬이 되었다. 이제까지 그가 쓴 책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읽었는데, 앞서 3권의 책 만한 작품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번 책 ‘교환’은 The Firm의 속편이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내용은 .. 2023.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