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149 나는 경비원입니다 한동안 책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소회와 기록을 남기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어느 때부턴가 마치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원고를 생각하고, 인용할 구절에 표시를 하고. 책 읽는 일이 더 이상 재미가 없어졌다. 그냥 전처럼 재미로 책을 읽고 싶었다. ‘패트릭 브링리’의 자전적 이야기인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아내가 교우에게서 선물 받은 책이다. 책이 읽고 싶다고 해서 집에 있는 책을 몇 권 빌려 주었더니, 몇 달 만에 돌려주며 선물로 주었다. 난 이 책을 열기 전까지는 이런 책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대학 졸업 후 시사 주간지 ‘더 뉴요커’에 다니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뉴욕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커리어.. 2024. 5. 21. 산티아고 순례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를 버킷 리스트에 담아 놓은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한때 아내에게 이 길을 걷게 하고, 나는 차를 타고 이동하여 다음 마을에서 만나는 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이런저런 책을 보며 내린 결론은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요즘은 오프로드 전동 휠체어도 많아 길을 가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례자의 숙소인 알베르게나 오래된 마을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을 리 없다. 결국 남들이 걸은 이야기를 읽고 대리 만족을 하기로 했다. 이 책을 쓴 ‘이해솔’은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이 책을 썼다. 그는 대학 졸업 직전 장래를 놓고 아버지와 갈등하던 무렵 산티아고 길을 걸었고, 두 번째는 자신의 뜻대로 대학원을 마치고 .. 2024. 4. 20.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도서관에 다녀왔다. 그동안에는 e-북을 킨들에 다운로드해서 대여했는데, 한국책은 e-북이 거의 없다. 자주 도서관에 가는 친구가 최근에 한국소설들이 새로 많이 들어왔다고 하기에 호기심에 가보았다. 도서관 입구 좌측에는 헌 책을 파는 코너가 있다. 사람들이 도서관에 기증한 책을 정리해서 판다.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며, 봉사 시간이 필요한 학생이나 경범죄 또는 교통 티켓을 받아 벌금대신 사회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와서 일을 하기도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책가게에 먼저 들어갔다. 가게 안에 있던 백인 할머니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반긴다. 한참만에 이창래의 소설 ‘가족’(Aloft)를 집어 들었다. 1달러다. 잔돈이 없어 20불짜리 지폐를 내니 가게에도 .. 2024. 3. 24. 이 인간이 정말 코로나 이전, 알라딘 중고책방에서는 $50 이상 책을 사고 8주 걸리는 배편을 이용하면 배송료가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후, 배편은 중단되었고 DHL 항공편만 이용이 가능했다. 다소 비싼 배송료가 붙기는 했지만, 대신 주문 후 4-5일 만에 받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생겼다. 이때도 $50 이상 책을 사면 배송료가 할인되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책을 구입하며 보니 배송료 없는 배편이 다시 생겨났다. 마침내 팬데믹 이전 세상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배송료를 절약하려면 $50 이상 소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개는 한 번에 5-6권 정도를 사게 된다. 책을 받아 들면 몇 권은 곧 읽게 되는데, 1-2권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책장에 올려놓고 1년 이상 읽지 않은 책들도 있다. 작가 성석제의 .. 2024. 3. 12. 이전 1 2 3 4 5 6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