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571

자식 자랑 요즘 젊은 세대는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그 나이에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드니, 나보다는 자녀, 미래보다는 과거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왈, “라떼는 말이야”가 자주 등장한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해 봐야 본전 찾기가 어렵다. 기분을 상하거나, 자칫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이면 가장 쉽게 등장하는 화제는 건강이다. 어디가 아프고, 그럴 때는 운동은 이렇게 하고 저런 음식을 먹으면 좋고 하다가, 주변 사람들, 특히 그 자리에 없는 이웃이나 친구 이야기를 하게 된다.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더 열기가 뜨겁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로 대충 전반전은 정리가 되고, 후반부로 넘어가면 자연스레 “라떼’와 자식.. 2024. 7. 6.
은퇴하고 1년 은퇴한 지 딱 일 년이 되었다. 일을 그만둔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이제 어떻게 소일할 것인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1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가을과 봄 학기에 미술 클래스를 두 번 들은 것 외에 딱히 한 일은 없다. 벼르던 여행도 못했다.  잠자는 패턴이 조금 바뀌었다. 일을 할 때는 비록 집에서 하는 일이지만 7시 전에 일어나 8:30분쯤에는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시늉을 했었다. 어려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배어있어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요즘은 11시 정도에 잔다. 9시쯤에 자리에 누워 인터넷으로 한국신문과 LA 타임스를 찾아보고, 킨들로 책을 읽는다. 책이 재미있으면 11시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이렇게 늦게 잠든 날은 다음날 7시를 넘겨 일어난다.  학교에 가는 .. 2024. 6. 29.
아메리카 로드트립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상위 순위에 놓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휠체어 리프트가 달린 캠퍼로 개조한 밴을 타고 대륙 횡단하기를 꿈꾸어 왔다. 58세에 31년 주 공무원 생활을 접었을 때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런저런 여건이 되지 않아 직장을 옮겨 다시 9년 더 일을 했다. 그동안 나이도 들었고, 이제 몸도 많이 쇠약해졌다. 캠핑을 다녀오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요즘은 호텔 방보다는 내 침대가 편하다.  젊어서는 나의 장애가 활동에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혼자 북가주로 출장을 다니며 호텔에서 사무실까지 한두 블록 정도는 거침없이 휠체어를 밀고 다녔고, 넓은 공항에서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팔에 힘이 빠지.. 2024. 6. 25.
앙코르 (1)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LA 카운티에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부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로 저소득 시니어를 위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수입 제한이 없는 서비스도 있다. 웹사이트를 둘러보다가 피어스 칼리지가 제공하는 시니어를 위한 앙코르 프로그램을 찾았다. 미술과 음악, 건강, 재정 관련 클래스와 각종 운동과 댄스 클래스를 대학의 학기에 맞추어 제공하고 있었다.  운동과 댄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줌 클래스다. 게다가 수강료는 무료. 여름학기 스케줄을 보니 아크릴/오일 클래스가 있다.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피어스는 내가 다니는 밸리 칼리지와 함께 Los Angeles Community College District (LACCD)에 속한 학교라 따로 입학이나 등록을 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2024.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