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LA 카운티에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부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로 저소득 시니어를 위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수입 제한이 없는 서비스도 있다. 웹사이트를 둘러보다가 피어스 칼리지가 제공하는 시니어를 위한 앙코르 프로그램을 찾았다. 미술과 음악, 건강, 재정 관련 클래스와 각종 운동과 댄스 클래스를 대학의 학기에 맞추어 제공하고 있었다.
운동과 댄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줌 클래스다. 게다가 수강료는 무료. 여름학기 스케줄을 보니 아크릴/오일 클래스가 있다.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피어스는 내가 다니는 밸리 칼리지와 함께 Los Angeles Community College District (LACCD)에 속한 학교라 따로 입학이나 등록을 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3달 방학 동안 어떻게 지내나 하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아크릴/오일 클래스에 수강신청을 했다. 수, 목요일, 1주일에 이틀, 5주 코스다.
지난 수요일에 첫 수업이 있었다. 선생은 나이가 지긋한 (그래봤자 내 나이 또래일 것이다) 여성이고, 20여 명 학생도 대부분이 중/노년 여성들이다. 한동안 그림을 그려 온 사람들 같다. 줌 화면에 나오는 배경을 보니 방 또는 거실의 일부를 화실처럼 꾸며 놓았고, 이런저런 그림들이 걸려 있다. 자기들끼리는 전부터 아는 사이 같아 보였다. 선생에게 물어보니 이미 여러 차례 클래스를 함께 들은 학생들이라고 한다.
밸리 칼리지에서 듣던 대학 강의와는 달리 시험이나 성적은 없고, 다양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분위기다. 첫 시간부터 다들 캔버스를 꺼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선생이 올려놓은 사진을 그리거나, 아니면 자기가 그리고 싶은 소재를 마음대로 그린다. 나는 준비 없이 수업에 들어가 첫날은 선생이 그리는 것을 구경하고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보냈다.
다음날 아침, 어제 받은 사진을 꺼내 놓고 대충 그림을 그려 선생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1:30분 수업에 들어갔다. 엉성해 보이던 선생의 그림은 점점 자리를 잡아 가는데, 내 그림은 생각처럼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물감이 잘 칠해지지 않는다. 선생에게 물어보니 아크릴 물감은 물을 조금 섞어야 캔버스에 골고루 잘 발라진다고 한다. 배운 대로 해 보니 역시 잘 된다.
선생의 그림을 보고 내 그림에도 명암을 넣고 색조 톤을 좀 높이니 조금 살아나는 느낌이다. 둘째 날 수업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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