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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71

당신 얼굴 앞에서 ‘홍상수’ 영화의 매력이라면, 영화가 단편소설 같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나와 내 이웃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애처롭고 애잔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질하고 위선적이며 가식적이기도 하다.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는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왕년의 여배우 ‘상옥’(이혜영)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상옥이 여동생 ‘정옥’(조윤희)의 아파트 소파에 앉아 메모를 끼적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잠에서 깬 정옥이 언니를 데리고 맛있는 토스트를 파는 카페에 가서 아침을 먹는다. 두 사람이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자매가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으며, 정옥이 미국에서 주류 판매점을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날 오후, 상옥은 만나자고 몇 번 전화를 해 온 영화.. 2023. 9. 17.
사랑은 너무 복잡해 제인(메릴 스트립)은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그 아픔을 잊기 위해 10년 동안 사업을 하며 세 자녀를 키워낸다. 젊은 여자와 재혼한 전 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와는 그동안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다. 아들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갔다던 그녀는 전 남편과 술을 마시고 그의 유혹에 섹스를 하게 된다. 남녀관계란 한 번 일이 벌어지고 나면 그다음은 수월하다. 제이크는 “다시 사랑에 빠진 것 같다"며 그녀를 추근대기 시작하고, 머리로는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랜 세월 함께 살을 섞고 살았던 '익숙함'에 그녀도 빠져든다. 때마침 그녀는 자신의 집을 증축하는 설계를 맡은 건축가 애덤(스티브 마틴)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혼남인 애덤도 그녀를 좋아한다. 적대적이었.. 2023. 8. 5.
아르헨티나, 1985년 영화 ‘아르헨티나, 1985년’의 배경은 1976년부터 1983년까지 군사 정권이 권력을 장악했던 시절 벌어진 민간인들에 대한 탄압이다. 이들은 약 3만 명에 이르는 무고한 사람들을 납치, 고문, 살해했다. 이 재판의 검사로 지목된 ‘훌리오 스트라세라’(리카르도 다린)는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피터 란자니)와 함께 이들이 벌인 만행을 조사해 이들의 유죄를 이끌어 낸다. 이런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사연을 플래시백으로 재구성해서 보여 주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얼마나 잔혹하고 비극적인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보여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런 플래시백은 등장하지 않는다. 증인들의 진술로 그 상황을 설명한다. 증거를 수집하고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훌리오와 그의 가.. 2023. 7. 21.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AMC 극장에 가서 ‘해리슨 포드’의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인디아나 존스 영화라 기대를 하고 갔는데,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는 정해진 틀이 있다. 신비한 힘이 있는 고대 유물을 놓고 나치 무리와 쟁탈전을 벌리는 것이 이야기의 큰 틀이다. 끊임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 열차 위에서의 혈투, 모래나 물이 빠지며 땅이 꺼지고 나락으로 떨어지며, 동굴에서 마주치는 온갖 해충들, 등이 매번 빠짐없이 등장한다. 1969년, 미국은 온통 달착륙 열기에 빠져 있는데, 존스 교수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 아들은 월남전에서 사망했고, 아내 ‘마리온’과는 갈라선 상황이다. 친구 ‘바질’의 딸이며 존스의 대녀인 ‘헬레나’가 홀연히 그 앞에 .. 2023.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