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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9

마지막 잎새 거실 창으로 보이는 감나무는 무성하던 잎을 모두 떨구고 이제 달랑 세 개가 남았다. 벽을 배경으로 바람에 떨고 있는 마른 잎을 보고 있노라면 오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연상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겪는 일이다. 아침을 먹으며 아내에게 말해주니, 그녀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내가 다니는 성당에는 입구 양옆으로 밭이 있다. 철 따라 토마토, 호박, 옥수수 등을 심고 거둔다. 주일 아침 성당 가는 길에 보니 앰뷸런스와 소방차가 와 있고, 밭에서는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 하는 것이 보인다. 누군가 일을 하다 쓰러진 모양이다.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을 보니 상황이 꽤 다급해 보인다. 멀리서 보고 지나가는데, 아내가 성호경을 긋는다. 미사를 하며 얼굴도 모르는 그 .. 2021. 12. 18.
선물 나누기 요즘 나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비롯하여 연말 세일 광고를 눈여겨보고 있다. 선물 줄 사람들을 생각하며 세일 품목을 살펴보는 재미 때문이다. 내가 처음 선물을 산 대상은 아버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아버지의 생신이었지 싶다. 어머니에게서 용돈을 받아 집에서 일하던 언니에게 업혀 누나와 함께 시장에 가서 아버지 속옷을 산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5-6살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60년대 한국은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따위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다. 생일에는 미역국을 먹었고, 명절에는 옷을 얻어 입었다. 어머니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들의 선물을 챙기곤 했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왔을 사탕과 양철로 만든 장난감이 든 양말 모양의 선물주머니나 학용품 따위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누나와 동생은 소풍이나 .. 2021. 11. 27.
메리 크리스마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사나운 날 밤, 일찌감치 방에 들어가 있는데 8시가 넘은 시간에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끔 아마존에서 늦은 시간에 배달이 오는 날이 있긴 하지만 그날을 올 것이 없었다. 주저하다 아내가 나가보더니 누군가 오렌지 박스를 두고 갔다고 한다. 박스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고 쪽지도 없다. 머리를 굴려 보아도 짐작 가는 곳이 없다. 산타의 정체는 잠시 후 아내의 전화기에 뜬 카톡 메시지로 풀렸다. 근처에 사는 교우가 두고 간 것이었다. 12월은 일 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이다. 회사 다닐 때, 12월 한 달은 거의 축제 분위기로 보냈다. 휴게실에는 누군가 사 오거나 구워 온 다과가 있었고, 직원들의 책상은 크리스마스 장식과 카드로 화려하게 도배를 했었다. 팀별로 팟럭이나.. 2020. 12. 24.
산타의 계절 회사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선물 교환을 하며 이를 위해 12월 초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의 이름을 바구니에 넣고 이름을 뽑는다. 선물을 준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날 오후에 회의실에 모여 차례대로 선물을 준다. 누군가 먼저 자기가 뽑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면, 그걸 받은 사람은 자기가 준비한 선물을 다음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선물은 사장님에게서 받는 현금봉투다. 그래서 직원들은 혹시나 사장님이 자기 이름을 뽑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휴게실 문에는 선물 나누기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종이가 붙여진다. 여기에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적어 놓을 수 있다. 금년에는 누군가 재미있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미첼, 벌써 네 선물은 샀어.” 이미 사놓았으니 무엇을 적어도 소.. 2020.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