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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7

밤의 여행자들 나는 작가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을 영어판 ‘The Disaster Tourist’로 먼저 읽었다. 영어 번역본은 읽기가 쉽지 않았으며, 읽어도 내용이 잘 파악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책을 다 읽고도 브런치에 리뷰를 남기지 않았겠는가. 이번에 한국어판으로 다시 읽으며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책은 흥미로웠고, 쉽게 읽혔다. 번역은 재창조라는 말이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 본문에 충실한 직역이 좋을 것 같지만, 문화와 정서를 감안하지 않는 직역은 때로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직역이 안 되는 표현도 있다. 작품을 해치지 않으며 다른 언어로 다시 쓰는 작업이 번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영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을 더러 읽었다. 한강의 책과 김영하의 소설들을 영어로 읽었다. 그들의 책에서는 .. 2022. 9. 13.
능력자 나는 작가 ‘최민석’을 소설가보다는 이야기꾼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그는 내가 즐겨 듣는 EBS 윤고은의 북카페에 오랫동안 고정 패널로 매주 나왔었다. 그의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럴듯하게 가다가 획하고 돌아서 전혀 딴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대개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다. 나는 그가 하는 이야기는 ‘썰’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 ‘능력자’는 2012년에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다. 그래서 나름 기대를 하고 집어 들었다. 뒤로 가며 스토리에 집중한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의 화법과 동일한 필체로 쓰인 책이다. 최민석 특유의 내용에 별 영향도 없는 사설이 엄청 길다. 소설의 초반부에 특히 심하다. 하지만 문단에서는 “신선함은 물론이고 .. 2022. 3. 18.
빈틈의 온기 나는 작가 윤고은을 ‘EBS 북카페’의 DJ로 먼저 만났다. 물론 미리 준비한 원고를 사용하겠지만, 문학적인 느낌의 대본, 순발력 있는 멘트,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대손님을 이끄는 그녀의 진행에 금방 팬이 되었다. 그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이 영어로 번역되었다는 소식에 서둘러 도서관에서 영어판 ‘The Disaster Tourist’를 빌려 보았는데, 깊은 인상은 받지 못했다. 아마도 번역상의 어려움 때문에 윤고은 특유의 문체가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얼마 전 중고 책방에서 그녀의 산문집 ‘빈틈의 온기’를 발견하곤 그 자리에서 바구니에 담았다. 미국에서 책을 주문하면 DHL로 3-4일이면 도착한다. 이건 여담이지만 한국사람들은 책을 참 소중히 다루는 것 같다. ‘최상’ 또는 ‘상’으로 표시된 중고책들은.. 2022. 2. 1.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별과 우주를 동경해 왔다. 처음 안경을 맞추어 쓰던 날 바라보았던 벽제 밤하늘에 가득했던 별들…그 많은 별들 중에 과연 다른 생명체는 없을까. 인간은 처음부터 지구에 살았을까.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학생 과학잡지에 실리던 우주 사진과 이야기들은 이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우주에서는 별과 별의 사이를 빛의 속도인 광년으로 표시한다. 백 광년, 천 광년, 수십억 광년으로도 갈 수 없는 별들이 있다. 지금 내가 고개 들어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들 중에는 이미 수십, 수백 년 전에 사라진 별들도 있을 것이다. 우주에 올라 무중력 상태가 되면 나도 남들처럼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다는데. 슈퍼맨 영화에 나왔던 ‘크리스토퍼 리브’는 낙마사고로 전신마비가 .. 2021.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