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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3

휴가지에서 만나는 사람들 ‘에밀리 헨리’의 장편소설 ‘우리가 휴가지에서 만나는 사람들’(People We Meet on Vacation)은 달달한 연애소설이다. 여행 저널리스트인 ‘파피’는 매년 여름 대학시절 친구인 ‘알렉스’와 여행을 한다. 그녀가 고등학교 영어선생인 알렉스와 마지막 여행을 한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크로아티아 여행 이후 둘은 사이가 멀어진 상태.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요즘, 파피의 친구 ‘레이첼’은 그녀에게 알렉스에게 다시 연락을 해 보라고 권한다. 책은 각 장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파피와 알렉스는 12년 전 시카고 대학에서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오하이오 주 '린필드'가 고향이라, 명절을 맞아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오게 된다. 파피는 요란하고 다소 이상한 부모 밑에서 자랐고, .. 2021. 10. 7.
다시 쓰는 버킷 리스트 여러 해 전에 ‘나의 버킷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는 이 글에서 은퇴 후 아내와 개조한 밴 차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며 여행 사진과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작은 사랑방 카페를 열어, 아침이면 찾아오는 이들에게 향긋한 커피와 아내가 구운 맛난 스콘이나 시너몬 롤을 대접하고 싶다고 썼다. 가게 벽에는 아내가 그린 그림을 걸고, 커피 콩이나 밀가루 가격이 올라도 커피값은 올리지 않겠노라고 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요즘, 버킷 리스트를 조금씩 수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차를 타고 먼길을 여행하며 매일 낯선 곳에서 잠자는 일은 다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 직후, 어린 조카들이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기에 계획에 차질.. 2021. 8. 4.
떠돌이 인생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 미국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받을 있는 국민연금은 소셜 시큐리티다.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별도의 연금이 있고, 회사에 따라서 개인연금인 401K를 주기도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65세에 은퇴하며 받는 국민연금의 평균치는 월 $1,321인데, 조기 은퇴를 해서 미리 받게 되면 그 액수가 줄어들어 $1,130를 받는다고 한다. 영화 ‘노마드랜드’(Nomadland)는 경기침체와 불황에 직장을 잃고 집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노동자들을 취재한 동명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은퇴 나이의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은 오랜 세월 남편과 함께 일했던 네바다의 광산이 문을 닫으며 실업자가 된다. 남편은 얼마 전 죽었고, 모아 둔 돈도 없는.. 2021. 2. 23.
죽을 때 후회하는 일 저자 ‘오츠 슈이치’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며 경험한 것을 엮은 책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다. 누구나 한 번쯤은 어디에선가 읽었거나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나는 지난여름 간경변 판정을 받고 죽음을 깊이 생각했었다. 요즘 LA 타임스의 부고란 기사를 보면 내 또래, 또는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제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죽을 시기를 알고 사는 것과, 모르는 채 사는 것은 다르다. 나는 한때 갑자기 죽는 것보다는 약간의 시간이 주어져 주변을 정리하고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막상 내가 불치의 병일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하니, 입장이 달라졌다. 매일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결코 쉬.. 2021.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