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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3

밤의 여행자들 나는 작가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을 영어판 ‘The Disaster Tourist’로 먼저 읽었다. 영어 번역본은 읽기가 쉽지 않았으며, 읽어도 내용이 잘 파악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책을 다 읽고도 브런치에 리뷰를 남기지 않았겠는가. 이번에 한국어판으로 다시 읽으며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책은 흥미로웠고, 쉽게 읽혔다. 번역은 재창조라는 말이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 본문에 충실한 직역이 좋을 것 같지만, 문화와 정서를 감안하지 않는 직역은 때로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직역이 안 되는 표현도 있다. 작품을 해치지 않으며 다른 언어로 다시 쓰는 작업이 번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영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을 더러 읽었다. 한강의 책과 김영하의 소설들을 영어로 읽었다. 그들의 책에서는 .. 2022. 9. 13.
이탈리아에서 보낸 여름 작가 ‘레베카 설리’의 베스트셀러 소설 ‘One Italian Summer’는 여배우 ‘멕 라이언’이 주연으로 등장할 법한 로맨틱 코미디물을 연상시키는 달달한 소설이다. 어머니 ‘캐럴’이 사망하자 ‘케이티’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상실감에 빠진다. 어머니는 그녀의 가장 좋은 친구였으며,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그녀의 해결사였다. 어머니를 잃고 나자,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의 사랑의 대상이었음을 깨닫는다. 어머니가 (이제는 사라진) 유일한 사랑이었다면, 남편 ‘에릭’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그녀는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친정에 남는다. 어머니는 결혼 전 한 여름을 보냈던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휴양지 ‘포지타노’에 그녀를 데리고 가기를 소망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 여행을 이야기.. 2022. 5. 19.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다. 봄은 꽃으로 시작한다. 매일 다니는 길에도 여기저기 꽃잔치가 벌어졌다. 우리 집 뒷동산은 작년 가을 마른풀들을 모두 제거했더니, 새로 자란 풀 사이로 들꽃이 한창이다. 노란 꽃, 흰꽃, 보라색 꽃들이 키재기를 하며 매일 피어난다. 복숭아나무의 꽃은 이미 지고 벌써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감나무에는 새로 잎에 빼곡히 났는데,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얼마 후에는 꽃도 필 것이다. 5년 일기를 쓴 지 2년이 되었다. 작년 이맘때 쓴 글을 보니, 온통 코로나 예방접종 이야기다. 차례가 빨리 오지 않아 발을 구르고, 막상 자격이 되었지만 예약을 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작년 3월 일기에도 비와 꽃과 봄이 함께하는 일상이 들어 있었다. 1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우리가 다.. 2022. 3. 23.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의 작품에서는 영어권 소설을 한글로 번역한 느낌을 받곤 한다. 기발한 소재, 톡톡 튀는 플롯이 재미를 더 한다. 큰 기대하지 않고 집어 들었던 작품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역시 그런 맥락에서 재미있었다. 로봇 - 여행사 여직원 김수경이 자칭 로봇이라는 남자와 잠시 나누는 사랑이야기다. 섹스 로봇이 곧 대중화될 조짐이 보이는 요즘, 재미있는 소재다. 여행 - 결혼을 앞둔 수진은 전에 사귀던 애인에게 반 강제로 납치되어 곤욕을 치른다. 여자들은 결혼을 앞두면 다소 흔들리는 모양이다. 곧 남의 여자가 될 애인을 한 번 더 안아본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악어 - 변성기를 맞으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얻어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어느 날 홀연히 그 음성을 잃게 된다. 밀회 - 7년 동안.. 2022.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