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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동성애자 이야기 내가 알고 지냈던 최초의 동성 커플은 우리 옆집에 살던 남자들이었다. 아직 동성애자들에게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시절이라 그랬던 모양이다. 나무판자로 높게 담을 세우고, 창문에는 늘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주말이면 일주일치 장을 본 듯 차에서 그로서리 백을 내리는 모습을 본 것이 고작이다. 노스릿지 지진이 났을 때, 혹시 가스관이 터졌을지 모르니 밸브를 잠가주겠다고 공구를 들고 나온 그와 처음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년 후, 내가 이사를 준비하며 헌 가구와 쓰레기들을 내놓는 것을 보고 그가 다가왔다. 함께 살던 파트너가 죽었다고 한다. 그는 에이즈에 걸린 파트너의 곁을 지키며 살다가 그가 죽자 집을 상속받았다고 한다. 집을 팔고 곧 이사를 갈 것이라고 했다. 바로 옆집에 에이즈 환자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 2020. 9. 7.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넷플릭스는 마치 책을 덮듯이 언제라도 영화를 멈추었다 다시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긴 하지만 대신 연속성이나 집중력이 떨어진다. 코로나 바이러스 덕에 당분간 영화관 출입은 자제하고 넷플릭스에 나와 있는 영화들을 볼 작정이다. ‘스칼렛 요한슨’(니콜)과 ‘애덤 드라이버’(찰리) 주연의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를 보았다. 찰리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연극 연출가이며 자수성가한 매력적인 남자이지만 독선적이고 아내 몰래 외도를 저지른다. LA에서 주목받던 배우인 니콜은 결혼 후 찰리를 따라 뉴욕으로 이주하며 스크린 활동을 잠시 접었다가, 찰리의 연극무대에 서며 TV 드라마의 주연 배우 역을 맡게 된다. 결혼 후 재능을 펼쳐나가며 승승장구하는 찰리에 비해 점점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가던 니콜은 독.. 2020. 9. 6.
노인들의 이야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올리브 어게인’을 읽었다. 퓨울리쳐 상을 받았던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 편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무대는 메인 주 코스비라는 작은 마을이다. 그냥 순서 없이 한 편씩 읽어도 좋은 단편을 모아 만든 연작소설집이다. 각자 참으로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연히 한 마을에 모여 살며 우여곡절을 이겨낸다. 그녀의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누군가에게서 들은듯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슬픈 일도 너무 슬프지 않고, 화나는 일도 크게 화나게 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그냥 ‘그렇구나’ 하는 느낌으로 끝이 난다. 이 책은 특히 인생의 막바지, 노년을 담고 있어서 노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렇다고 마냥 칙칙하거나 어둡지 않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내가 .. 2020. 9. 5.
윈윈 전략 다툼이 생겨 법정에 가서 재판을 하게 되면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생겨난다. 법원의 판결이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상급법원에 항소를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각주의 크기에 따라 2단계 또는 3-4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세 번까지 재판이 가능한데, 하급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재판이 오래 계속되면 비용도 문제지만 이미 힘들게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반복하는 고통을 수반한다. 내가 경험한 미국 법원은 재판보다는 합의를 도출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둔다. 재판의 결과는 승패 (win-lose) 지만 합의의 결과는 양자 승 (win-win)이다. 오래전 보험사와의 분쟁으로 재판을 하게 되었다. 판.. 2020.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