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189

저만치 혼자서 김훈의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명태와 고래 – 어부 ‘이춘개’는 배를 타고 고기떼를 따라가다 조류에 밀려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 북한군에 잡힌다. 조사를 받고 몇 달 후 풀려나 남한으로 돌아 오지만 송환된 지 6년 후에 간첩죄로 체포되어 14년 형을 받고 교도소로 보내진다. 출감 후, 가족이 모두 떠난 향일포에 돌아온 그는 두 달 뒤에 물에 빠져 죽는다. 작가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을 거치며 자행되었던 이념과 공포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당하게 감옥에 보내지고 죽음을 당했던가. 부끄러운 흑역사다. 손 – 주인공인 나에게는 특수강간범으로 기소된 아들이 있다. 나는 경찰의 면담요청에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서를 찾았고, 그곳에서 내 아들에.. 2023. 6. 25.
라틴어 수업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은 내가 오랫동안 읽으려고 별러온 책이다. 나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우편주문으로 책을 산다. 책을 살 때는 나름 원칙이 있다. 선물하기 위해서는 새 책을 사지만, 내가 읽기 위해서는 절대로 새 책은 사지 않는다. 첫째, 미국에서 한국 책을 사려면 별도의 송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새 책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정기적으로 중고서점을 둘러보면 적당한 가격에 나온 보고 싶은 책들을 발견하게 된다. 둘째, 중고 책에서는 먼저 읽은 사람이 남겨 놓은 메모나 노트 등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라틴어 수업은 한동일 교수가 서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강의 내용을 글로 정리한 책이다. 그는 겸손한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고 말한다. 겸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2023. 6. 21.
빵 굽는 타자기 ‘빵 굽는 타자기’에는 표제작인 작가 ‘폴 오스터’의 자전적 이야기 ‘빵 굽는 타자기’와 그가 고안해 낸 카드 게임 ‘액션 베이스볼,’ 그리고 세 편의 희곡이 들어 있다. 1947년, 뉴저지의 중산층 가족에게서 태어난 그는 콜럼비아 대학에 입학한 후 4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았으며, 1974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초기에는 주로 시와 번역을 통해 활동하다가 ‘스퀴즈 플레이’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가난한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했다. 한때 유조선을 타기도 했지만, 그는 주로 언어나 문학과 관련된 일을 했다. 희귀본 중고책방에서 일하며 번역과 프리랜서로 작은 매체에 원고를 기고하며 살았다. 가끔 문인들을 위한 보조금을 받기도 했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2023. 6. 7.
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파리의 아파트’는 2017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출간된 책이다. 새 작품을 쓸 때마다 한 달씩 파리에 와서 유폐되는 생활을 하는 극작가 '가스파르'는 이번에도 출판대리인 '카렌'이 세를 낸 파리의 아파트를 찾아온다. 휴식을 취하며 피폐된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파리에 온 전직형사 ‘메들린’도 그 아파트로 찾아든다. 임대회사가 실수로 한 아파트를 두 사람에게 빌려 준 것이다. 이 아파트는 천재화가 ‘숀 로렌츠’가 살던 집으로 곳곳에 그의 자취와 흔적이 남아있다. 숀의 어머니는 가사도우미였으며 의사였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를 아들로 인정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도 불구하고 그는 문제아로 자랐다. 청소년기가 끝날 무렵 그는 '불꽃 제조자들.. 2023.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