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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셀러브런트

by 동쪽구름 2023. 8. 10.

5명의 친구, ‘조어든,’ ‘조어디,’ ‘네오미,’ ‘마리엘,’ 그리고 ‘크레그’는 버클리 대학의 기숙사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그들에게는 편입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6번째 친구 ‘알렉’이 있었는데, 그는 졸업을 앞두고 약물과다 복용으로 죽었다. 그의 장례를 마치고 그들은 죽기 전에 꼭 모두 하고픈 말을 다 하자는 약속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살아있을 때 장례모임을 하기로 한다. 누군가 자신의 장례모임을 하겠다고 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모이기로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 바쁘게 살며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없던 그들에게 장례모임을 하겠다는 마리엘의 전화가 온다. 그동안 20여 년이 흘러 이들은 이제 모두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남편과는 헤어지고, 딸은 대학으로 떠나 혼자 남은 마리엘은 삶의 의욕을 상실한 상태다. 마리엘이 낳은 딸의 아버지는 남편이 아니고 죽은 알렉이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다시 삶의 의미와 의욕을 찾은 그녀는 오레곤으로 이주를 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책은 이렇게 한 사람씩 장례모임을 소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로 친구들을 소집하는 사람은 네오미다. 아직 독신인 그녀는 비행기 사고로 한꺼번에 부모를 모두 잃었다. 모임에 온 친구들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한 삶을 사는 그녀가 실은 부모의 높은 기대 때문에 늘 열등감과 좌절감에 빠져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 역시 자신의 장례 모임을 통해 마음을 정리한다. 

 

크레그의 장례모임은 본인이 소집하지 않았음에도 4명의 친구들이 그를 찾아오며 시작된다. 미술을 전공하고 화랑에서 일을 하던 그가 실수로 가짜 그림을 진품으로 팔아 사기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임에서 몇 가지 비밀이 밝혀진다. 죽은 알렉이 에이즈에 걸려 있었는데, 그의 룸메이트였던 크레그는 이를 알고도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리엘은 그에게 크게 화를 낸다. 자신도, 딸도 에이즈에 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은 알렉이 에이즈에 걸린 것을 알고 자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마지막 장례모임은 조어든이 소집한다. 조어든과 조어디는 동성커플이다. 암의 재발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조어든은 모임을 소집한 후 그 장례모임을 조어디에게 넘겨준다. 그는 자신이 죽은 후에도 친구들이 계속 서로 돕고 의지할 것을, 또 조어디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행복해질 것을 당부한다. 

 

크레그는 네오미가 고용한 유능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짧은 형무소 생활을 마치고 나왔다. 마리엘의 딸은 크레그가 아버지였음이 밝혀지고, 그는 마리엘과 함께 살기 위해 오레곤으로 가기로 한다. 

 

책은 신문에 난 조어든의 부고로 끝을 맺는다. 

 

사람들은 장례식에서 죽은 이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도 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뷰잉이라고 해서 장례식 하루 전에 가족과 친구, 친지들이 모여 하고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과연 죽은 이가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죽은 이는 하고 싶은 말이 없을까? 

 

책에 등장하는 다섯 친구들처럼 함께 늙어가며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책 제목인 ‘셀러브런트’(The Celebrants)는 축하하기 위해 참석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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