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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188

매스커레이드 호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읽었다. 회사원, 가정주부, 그리고 고등학교 교사가 차례로 살해되는 의문의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범인은 살해 현장에 수수께끼 같은 숫자 메시지를 남겨 놓는다. 경찰은 세 사건의 관련성을 발견하지는 못하지만 이 메시지를 근거로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이라 의심한다. 마침내 메시지를 해독하는 데 성공하여, 다음번 범행 장소는 야경으로 유명한 ‘코르테시아 도쿄’ 호텔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은 다음 살인을 막고 범인을 체포하기 위하여 이 호텔에 수사관들을 보내 벨보이, 하우스키퍼, 투숙객 등으로 위장하여 잠복한다. 형사 ‘닛타’는 프런트 직원으로 위장하고 진짜 호텔리어처럼 보이기 위해 호텔의 직원 ‘야마기시 나오미’의 지도를 받는다. 닛타는 호텔.. 2021. 7. 1.
프로젝트 헤일 메리 성당 친구들과 Denny’s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 문득 눈을 들어 밤하늘을 보았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별들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어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마일이나 킬로가 아닌 광년으로 측정한다. 어떤 별은 몇십 광년, 또 다른 별은 몇백 광년의 거리다. 빛의 속도로 가도 몇십 년, 몇백 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별빛은 몇십 년, 몇백 년 전 그 별을 떠나온 빛이다. 어쩌면 별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 밤하늘에서 내가 보는 별들은 모두 과거의 모습이다. 사실은 어둠 속에 더 많은 세상이 숨어 있다. 수많은 별들이 그 안에 있지만 그 빛이 내게 오려면 수십 년, 수백 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런 별들은 내가 죽은 후에나 모습을 나타낼.. 2021. 6. 22.
보건교사 안은영 내가 어렸을 때의 일이니 이제 50여 년이나 된 이야기다. 식구 중에 누군가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나쁜 일이 생기면, 할머니는 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구수한 죽을 끓여 그걸 집 주변 여기저기에 뿌리며 “잡귀야, 물러가라.” 고 했다. 배고픈 잡귀들에게 죽 한 그릇 주며 우리 곁을 떠나라고 구슬린 것이다. 어떤 때는 한지 위에 반죽한 쌀가루를 얹고 김을 올려 쪄내어 작은 크기의 백설기를 만들어 장독대에 가지고 가서는 연신 손을 비비며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고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솥에 물을 데워 머리를 감고 몸을 씻은 후 어딘가 다녀온 후에는, 빨간 물감으로 쓴 한자가 적힌 부적을 접어, 알게 또는 모르게 식구들 옷깃에 숨겨 넣기도 했다. 할머니가 부정한 기운의 잡귀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었던 방법들이.. 2021. 6. 9.
무라카미 라디오 나는 활어회보다는 생선을 숙성시켜 먹는 사시미를, 사시미보다는 매운탕이나 소금구이를 좋아한다. 매운탕은 명태, 대구, 민어, 우럭 같은 담백한 생선이 좋다. 비린맛이 너무 강한 생선은 매운탕에 적합하지 않다. 생선 매운탕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생선 알과 내장을 넣고 끓인 알탕이다. 음식에도 유행이 있는 모양이다. 20여 년 전 LA에서는 알탕이 크게 유행했었다.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집의 메뉴에는 꼭 알탕이 들어 있었다. 요즘은 알탕 먹기가 쉽지 않다. 모든 생선은 구워 먹으면 맛있다. 좋기는 연탄이나 숯불 같은 직화에 올려 굵은소금을 뿌려 구워 먹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생선구이를 먹을 때는 하루키 식으로 먹는다. 구운 생선 살에 와사비를 약간 묻혀 간장에 찍어먹는 것이다. 와사비가 생선의 비린 맛을 .. 2021.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