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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188

결말 없는이야기 추리소설은 대개 두 가지 방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는 이야기를 전개하며 독자와 함께 범인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제3의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하도록 이야기를 이끈다. 반전이 나올 때마다 독자는 또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된다. 결국 이야기 끝에 가서야 대반전과 함께 범인을 알게 된다. 이때 범인을 맞춘 독자는 자신의 추리력에 만족감을 느끼게 되고, 틀린 사람은 작가의 스토리 텔링에 박수를 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처음부터 또는 중간쯤에 범인을 공개하고,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평행선을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법도 있다.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그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 그 후 이어지는 복잡한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이런 이야기에서는 독자가 범인에게 동정심을.. 2021. 5. 4.
하루키의 새책 하루키의 책은 LP와 워크맨 세대인 나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곤 한다. 베이비붐 세대인 그의 소설에는 60년대가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감각이 살아나고, 20대로 돌아간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루키가 오랜만에 새 책을 냈다. 그의 신간 소설집 ‘일인칭 단수’(First Person Singular)를 영어판으로 읽었다. 돌베개에 – 대학생인 ‘나’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던 그녀는 절정에 이르는 순간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겠다고 하고, 그녀가 소리 지를 것을 염려한 나는 그녀의 입에 타월을 물려준다. 그녀는 이빨 자국이 남을 만큼 세게 타월을 물고 그 남자.. 2021. 4. 22.
바람난 남자의 죽음 한 가정의 가장이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가족은 망연자실하게 될 것이다. 하물며 다정하고 약속을 잘 지키며 늘 가족에게 따뜻하던 사람이 낯 모르는 여자와 자살을 했다면, 그 가족이 겪게 될 충격과 상실감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장편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그렇게 아빠를 잃은 주인공 ‘요시에’와 그녀의 엄마가 서로를 위로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밴드 멤버였던 요시에의 아빠는 남몰래 사귀던 여자와 함께 죽었다. 의도한 동반자살은 아니고, 그녀가 몰래 술에 넣은 약을 먹고 함께 죽은 것이다. 아빠를 잃은 요시에는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 홀로 시모키타자와로 간다. 시모키타자와는 실제 존재하는 지역이며 도쿄의 홍대 거리라고 한다. .. 2021. 4. 17.
종이 여자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의 작품을 여러 편 읽다 보면 그 작가만의 공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파악한 ‘기윰 뮈소’의 이야기 전개는 대충 다음과 같다. 그의 소설은 엉뚱하게 시작해서 차츰 궤적을 찾아간다. 이야기에는 최소한 3-4그룹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남녀 주인공이 있고, 그들의 절친들로(대개는 남자와 여자) 이루어진 조연들이 있으며, 이야기 전개의 필요에 따라 조금은 격이 낮은 다수의 그룹이 등장한다. 같은 시각, 또는 전혀 다른 시간대에 이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야기는 시도 때도 없이 시공을 초월한다. 주인공들은 대개 불우하게 자랐다. 편부모 가정, 가정 폭력,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가난, 우범지역 등이 등장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잘 자라 성공한.. 2021.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