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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188

클라라와 태양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새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 (Klara and The Sun)은 출간 전부터 2021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고 있었다. 출간 즉시 영미권 도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이 나오던 날 아침에 온라인으로 도서관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8주 만에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멀지 않은 미래의 미국, 기계문명의 발달로 실업자가 늘어났고, 정치적으로는 양분되어 있으며, 신분 상승(lifted)을 이룬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겼다.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이들의 친구 노릇을 한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둘 없듯이, AF도 모두 각자 성격과 개성이 다르다.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 2021. 4. 5.
혼자 있는시간의 힘 7080 세대들이 자라던 시절, 내 방이란 낯선 일이었다. 단칸방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집들도 많았다. 우리 집에는 방이 여럿 있었지만, 혼자 독방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남동생과 같은 방을 썼고, 누이 셋이 방 하나를 함께 썼으며, 양계장과 그 후 식당의 종업원들도 남녀로 나누어 여럿이 방하나를 썼다. 그럼에도 나는 일찍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외가에서는 하루 종일 할머니와 있었지만, 할머니는 내 놀이 상대가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바둑 알로 혼자 알까기를 했고, 장기알로 축구와 야구놀이를 했다. 나름 놀이에 알맞은 규칙도 만들었다. 집에서는 동생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까지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혼자 공부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일찍부터 길들여졌다. 그래서 지금도 혼.. 2021. 3. 31.
나의 아름다운 정원 나는 작가 ‘심윤경’을 소설가가 아닌, 내가 즐겨 듣는 EBS 북카페의 수요일 초대손님으로 먼저 알았다. 조근조근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녀의 말투는 내게 마치 누이나 고모를 연상시킨다. 온라인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찾던 중, 그녀의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바구니에 담았다. 책이 도착한 후에는 책장에 꽂아두고 몇 달이 지났다. 이상하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동안 사들인 책들을 다 읽고, 마침내 그 책을 읽었다. 1977년부터 1981년 사이, 어린 소년 ‘동구’의 시각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생과 어머니, 할머니, 이웃 삼촌, 선생님과 그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인왕산 자락의 산동네에 사는 동구에.. 2021. 3. 27.
살아남은 사람들(The Survivors) 인기 작가 '제인 하퍼'(Jane Harper)의 신간 ‘살아남은 사람들’(The Survivors)을 읽었다. ‘에벌린 베이’는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연안에 위치한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키어린’은 동거녀 ‘미아,’ 3달 된 딸 ‘아드리’와 함께 고향을 찾았다.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가야 하는 아버지와 그 근처로 이사를 가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반갑게 만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먹한 감정과 그 아래 깔린 앙금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의 형인 ‘핀’과 친구 ‘샨’의 형 ‘토비’의 죽음이 모두 그의 탓이었기 때문이다. 폭풍이 불던 그날, 14세의 소녀 ‘개비’의 실종 사고도 있었다. 그녀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며칠 후 그녀의 가방만이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 외지에서 들.. 2021.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