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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병원 이야기 (5)

by 동쪽구름 2023. 7. 8.

6월 30일, 금요일은 내가 회사를 그만두는 날이었다. 인수인계는 모두 끝이 났기 때문에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었다. 오후에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저녁이 되니 소변을 보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UTI (요로 감염증) 증상과 유사하다. 병원은 이미 문을 닫았고, 이 시간에 어전트 케어에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하룻밤 자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밤부터 증상은 더 심해졌고, 밤새 식은땀을 흘리며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새벽에 눈을 떠 카이저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전화 상담이 가능하다. 의사 면담을 신청하고 다시 잠이 들었는데, 1시간 후에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증상을 이야기하니 UTI인 것 같다며 아침에 병원에 가서 소변 검사를 하고 항생제를 처방해 줄 테니 10일간 복용하라고 한다. 의사도 안 보고 간단히 치료가 된다는 생각으로 병원에 가서 소변 샘플을 제출하고 약을 받아 가지고 왔다. 

 

약을 먹기 시작한 토요일, 그다음 날 일요일도 증상은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밤이면 식은땀을 흘리고, 자주 소변을 보는 일은 고통의 여정이었다. 몸이 아프니 침대에 눕게 되고, 누우면 잠만 잔다. 

 

월요일,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변을 배양한 결과가 나왔는데, 발견된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내성이 강한 놈이라 항생제를 ‘암피실린’으로 바꾸어 먹으라고 한다. 주사를 놓아줄 수 없느냐고 물으니, 주사를 맞으려면 이제라도 어전케어나 응급실로 가라고 한다. 아내가 약을 바꾸어 왔다. 수요일이 되니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UTI 보다는 약의 후유증이 더 힘들다. 속이 더부룩하고 식욕이 없으며 설사는 아니지만 하루 2-3번씩 화장실에 간다. 몸이 아플 때는 잔꾀를 부려서는 안 된다. 편한 길을 가려다 더 힘들어진다. 첫날 어전트 케어나 응급실로 갔더라면 그 자리에서 진단이 나와 제대로 된 치료를 신속하게 받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잔병치레가 많아졌다. 몸이 아플 때마다 이것저것 새로 배우는 것이 많다. 이러다가 학위 없는 박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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