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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2023년 크리스마스

by 동쪽구름 2023. 12. 27.

식구도 많아졌고 아내도 힘들어해서 최근 몇 년은 명절 가족모임을 식당에 가서 했다. 지난 추수감사절에는 딸(세미)네와 막내아들(브라이언)네가 못 온다고 해서 큰 아들(세일)네와 집에서 밥을 먹었다. 

 

12월 초, 블랙앵거스 스테이크 집에 일치감치 16명 예약을 해 두었는데, 아내가 올망졸망 아이들과 식당에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며 집에서 모이자고 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집에 와서 다시 디저트와 과일을 먹게 되니 그냥 한자리에서 끝내자고 한다. 예약을 취소하고 두 군데 식당에 음식을 주문했다. 

 

가족이 모이기로 한 토요일, 세일이가 먼저 오고, 세미가 왔다. 샌디에이고에서 올라오는 브라이언은 좀 늦는다고 해서 모인 사람들끼리 먼저 점심을 먹었다. 투고해 온 음식을 펼치니 푸짐하다. 모두들 맛나게 먹어주니 메뉴를 정하고 주문한 나는 흐뭇하다. 

 

우리가 먹기를 마치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브라이언이 왔다. 브라이언네가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려 선물 나누기를 했다. 늘 하듯이 어린 나이 순서대로 선물을 주었다. 금년에 새로 태어난 브라이언의 아들 세진이가 테이프를 끊었다. 선물 나누기를 마치고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다가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세미와 브라이언 사이에 놓여있던 뜨거운 커피가 세미 다리 위로 쏟아진 것이다.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세일이와는 설날, 세미와는 사위의 생일이 있는 1월에, 브라이언과는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이들은 하나씩 집으로 돌아갔고, 성탄 주말의 첫날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다음날은 주일이라 아침에 성당에 갔다. 미사를 마치고 여느 때처럼 주차장 한편에 모여 커피를 나누다가 신부님이 샴페인이 든 가방을 내게 내민다. 나보고 가지고 가라고 하신다. 신부님의 선물이다. 주시는 선물이니 감사히 받아가지고 왔다. 

 

저녁에는 성탄 성야미사에 다녀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사다. 밤미사의 색다름과 성탄에 대한 기대가 합해져 특별한 느낌을 받곤 한다. 둘째 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성탄절 아침 미사를 마치고,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느 때와 달리 도시락 대신 캐터링이다. 글로리반 자매들이 나서서 배식을 했다. 요즘 성당은 글로리반 식구들의 봉사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마침 신부님의 축일이라 케이크도 자르고 한복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신부님에게 꽃바구니도 드렸다. 

 

집에 돌아오니 준이가 나와 아내에게 카드를 준다. 열어보니 정성껏 쓴 카드와 스타벅스 선물권도 들어있다. 언제 샀느냐고 물으니, 우리가 성당에 간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 사 왔다고 한다. 통장에 돈이 “제로”였는데, 아마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돈으로 산 모양이다. 준이에게는 매우 큰돈을 쓴 셈이다. 

 

준이의 마음에, 카드에 적힌 사연에 감동한다. 아마도 이런 것이 부모/어른의 마음인 모양이다. 2023년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금년에도 산타는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고, 나는 벌써 2024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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