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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하린아, 생일 축하해! (2)

by 동쪽구름 2023. 3. 1.

연말이면 세미의 시부모님과 만나 선물을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작년에는 못했다. 마침 2월 말이 하린이 생일이라 그날 만나기로 했다. 이번에는 내가 사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날, Wood Ranch에 전화를 하니, 매우 바빠서 대기 시간이 2시간 정도 된다고 한다. 미리 예약을 했어야 하는데, 언제가 전화를 하니 예약을 안 받는다고 해서 이번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인원이 10명이라 테이블 잡기가 쉽지 않을 듯싶다. 부랴부랴 세미에게 연락을 해서 식당을 Maria’s Kitchen으로 바꾸었다.

 

시간에 맞추어 가니, 홀 중앙에 우리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오며 가며 식당에 온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볼 수 있는 위치다. 식사를 마치고 가던 옆 테이블의 할머니가 예린이가 예쁘다고 인사를 하고 간다. 잠시 후에는 화장실에 다녀오던 백인영감이 다가와 자인이 아버지와 내게 하는 말이, 하린이를 손녀로 둔 우리가 이 식당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덕담을 하고 간다.

 

주말이라 식당에는 백인 노인들이 많았는데, 손녀와 온 가족이 모여 웃고 떠들며 밥을 먹는 우리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던 모양이다.

 

사돈과는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돈은 작은 교회의 목사인데, 목회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신도 중에 별별 사람이 다 있다고 한다. 그건 성당도 마찬가지다. 그날도 낮에 교회에서 힘든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AI는 식당에도 자리하고 있었다. 바퀴 달린 로봇이 테이블마다 음료수와 음식을 날라다 주고, 우리 테이블에 와서는 하린이 생일 축하노래까지 불러 주었다.

 

81년 3월, 미국에 왔을 때, 큰 아들 세일이의 나이가 지금 하린이와 동갑 3살이었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백 원짜리 동전을 주면 쪼르르 길 건너 구멍가게로 달려가곤 했었다. 이날 나는 하린이에게 가짜 돈이 잔뜩 든 지갑을 선물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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