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갑자기 아빠를 잃은 8, 10살 된 처조카 남매를 데려다가 입양해서 8년째 함께 살고 있다. 4년 전, 아이들이 시민권을 받아 여름방학에 한국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본 친척들이 준 용돈이 각자 $1,700 이 넘었다. 용돈으로 조금 떼어 주고, 남은 돈은 은행에 넣어 두었다.
조카딸 아이가 18세가 되던 작년 여름, 은행에 있는 돈을 꺼내어 체킹 어카운트를 만들어 주며 잘 관리해서 쓰라고 했다. 명절에 받은 용돈을 더해 잔고가 $1,900이나 되었다. 2-3달 후, 은행에서 $600 정도 돈이 왔다. 어찌 된 영문인가 물어보니 그동안 돈을 많이 써 다 없어지기 전에 계좌를 닫아 버렸다고 한다. 그 사이에 $1,300 가량의 돈을 쓴 것이다. 남자 친구가 생겨 외출이 잦더니,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비싼 밥도 사 먹었던 모양이다.
이미 아이들을 키우며 경험했던 일이라 별로 놀라지 않았다. 돈은 많이 벌기보다는 알뜰히 쓰는 것이 더 중요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돈을 많이 버는 일은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어떻게 쓸 것인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도 미국에 와서 신용 카드로 빚을 만들어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돈이 없어도 플라스틱 카드를 내밀면 물건을 살 수 있고, 그것도 한 번에 내는 것이 아니라 할부로 몇 달, 몇 년에 걸쳐 낼 수 있으니…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데빗 카드를 쓰면 은행에 돈이 없어도 일정액까지는 결재가 가능하다. 아이들이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나 스낵을 사며 잔고 없이 돈을 써도 은행은 일단 결재를 해주고 $25 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 $2-3 돈을 쓴 후, 10배나 되는 벌금을 무는 셈이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딸아이가 처음 은행 계좌를 가졌을 때 경험했던 일이다. 은행계좌에 $25 수수료가 4개나 붙었다. 모두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며 편의점에서 $2-3 짜리 스낵을 사 먹으며 생긴 일이다. 잔고가 없으면 지불을 하지 말아야지 수수료 수입을 위해 작은 돈은 그냥 결재를 해 준 것이다. 은행에 전화를 해서 항의를 하고 수수료를 일부 면제받았다. 딸아이는 그때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번 돈으로 해결했다.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했지만 좋은 공부를 한 셈이다.
은행에 계좌가 있으면, 수입과 지출을 꼼꼼히 기록하며 늘 잔고를 확인하는 버릇을 키워야 한다. 요즘은 스마트 폰에 앱을 깔아 수시로 확인이 가능하다.
가을이면 작은놈이 12학년이 된다. 여름 방학에 은행에 있는 돈을 꺼내 체킹 계좌를 만들어 줄 작정이다. 아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디 돈 문제만 그런가. 인생사 모든 일이 곁에서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결국에는 스스로 경험해 보아야 배운다. 그래서 아이들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 뻔히 결과가 보이는데 이를 지켜보는 심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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