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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사금파리 (The Shards)

by 동쪽구름 2023. 3. 17.

작가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장편소설 ‘사금파리’ (The Shards)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지만 내용이나 정황상 성장소설이라기보다는 사이코 스릴러에 속한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자신을 소설의 주인공인 화자로 내세우고 있다. 저자는 책 말미에 등장인물이나 사건은 모두 픽션임을 밝히고 있다. 

 

무대는 1981년 로스엔젤스에 위치한 ‘버클리’라는 사립고등학교다. 1981년은 내가 미국에 온 해이며, 책에 등장하는 405, 101 후리웨이, 베벌리 힐스의 부촌, 밸리 등은 모두 내게 낯익은 길이며 익숙한 이름들이다. 

 

학교 풋볼팀의 쿼터벡이며 팀의 주장인 ‘톰’과 그의 여자 친구 ‘수잔,’ 화자인 브렛과 그의 여자 친구 ‘데비’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캠퍼스 커플들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러하듯이 이들도 엄청나게 돈이 많은 집 자녀들이다. 이들은 BMW, 벤츠, 포르셰, 재규어 따위의 차를 몰고 다닌다. 

 

졸업반인 12학년이 시작된 직후, ‘로버트’라는 이름의 잘 생긴 남학생이 전학을 온다. 위의 두 커플은 그를 환영하며 같은 그룹에 끼워주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밝혀지는 그의 비밀. 그는 이 학교에 전학 오기 전,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전력이 있다. 

 

브렛에게도 비밀은 있다. 그에게는 데비라는 여자 친구가 있고 자주 그녀와 섹스를 하지만, 그는 동성애자다. 그에게는 ‘매트’라는 동급생 섹스 파트너가 있다. ‘81년은 아직 동성애자임을 내놓고 밝힐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었다. 

 

그 무렵 LA에는 동물을 살해해서 제물로 바치는 사교집단과 '트롤러'라는 연쇄살인범이 있었다. 누군가 매트의 방에 들어와 가구를 옮겨 놓고, 그가 키우던 어항의 물고기들이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후, 풀장에 빠져 죽어있는 매트가 발견된다. 브렛은 로버트를 의심하게 되며, 집요하게 그의 행적을 추적한다. 

 

로버트의 주변에는 회색 밴이 자주 등장한다. 로버트는 늘 주변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모두가 부러워하던 환상의 커플인 톰과 수잔은 로버트의 등장 후 사이가 벌어진다. 수잔이 로버트에게 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브렛의 여자친구인 수잔의 아버지 ‘테리’는 브렛에게 관심을 보인다. 테리 역시 동성애자이다. 영화계 일을 하는 테리는 소설을 쓰는 브렛에게 영화 대본을 핑계로 호텔로 그를 끌어들여 섹스를 한다. 브렛은 테리의 뜻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피하려 하지 않는다. 

 

브렛의 강아지가 사라지고, 며칠 후에는 데비의 승마용 말이 잔혹하게 살해된다. 그리고 데비도 종적을 감춘다. 과연 데비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브렛의 의심대로 로버트는 연쇄살인범인가. 

 

수잔은 집에 들어온 마스크를 쓴 괴한의 칼에 한쪽 가슴을 잃게 되고, 그녀를 구하려던 톰도 심한 부상을 입는다. 이들을 병원에 데려다준 로버트도 콘도에서 죽음을 맞는다. 나는 로버트와 브렛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범인으로 의심을 했지만, 결국 책은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 

 

책에서는 80년대 LA 부자들 그리고 그 자녀들의 삶이 드러난다. 17-18세의 청소년들임에도 담배와 술, 섹스는 물론, 대마초와 마약까지 등장한다. 

 

동물과 사람의 살해현장, 섹스신의 묘사 등이 매우 상세해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사이코 스릴러의 장르 특성상 필요한 묘사가 아닌가 싶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티븐 킹의 책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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