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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눈 오는 날

by 동쪽구름 2023. 3. 7.

1987년 발표되었던 이창동 감독의 단편소설 ‘눈 오는 날’이 영어로 번역되어 3월 6일 자 뉴요커 잡지에 실렸다.

 

이야기는 젊은 여성이 군부대를 찾아와 위병소에서 김영민 일병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위병소의 초병이 그녀에게 어디서 왔으며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 서울에서 왔으며 공장에 다닌다고 말한다. 

 

대학을 다니다 입대한 김일병은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첫 잠복근무에 총을 두고 나갔고, 밤에 오줌이 마려운데 잠든 동료를 깨우지 못해 (한밤중에 화장실에 갈 때는 동료와 함께 가야 한다.) 수통에 오줌을 누었다가 다음날 장비 검사 때 걸렸으며, 사격 훈련에서도 낙제를 한다. 사격 점수 미달로 외박이나 휴가에서도 늘 제외된다. 

 

그와 함께 야간 경계를 서고 있는 최병장은 목욕탕 때밀이 출신이며 김일병보다 나이도 어리다. 최병장은 사회에서라면 결코 김일병 같은 사람과 마주할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그를 괴롭힌다. 

 

최병장은 김일병에게 연애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하고, 김일병은 위병소를 찾아온 여성을 만났던 이야기를 해 준다. 그녀는 부대로 위문공연을 왔던 여성합창단의 일원이었다. 김일병의 눈에 그녀가 먼저 들어왔으며, 잠시 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공연이 끝나고 여성단원들이 병사들과 짝을 지어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그녀가 그의 짝이 된다. 사회자가 “군인 양말 하나, 여자 스타킹 하나” 하며 지명하는 물건을 먼저 가지고 가는 커플이 승리해서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나서 김일병 커플은 결승에 오른다. 사회자가 "사랑을 찾아오세요"하자 그녀가 그의 손을 끌고 무대로 올라갔다. 사랑을 보여 달라고 하자, 그녀가 자신의 입술로 그의 입술을 덮어 버렸다.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며 그녀는 그에게 첫눈에 오면 찾아오겠노라고, 꼭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최일병은 이야기가 시시하다고 불평을 하는데, 그때 부스럭 소리가 난다. 두 사람이 몸을 땅에 붙이고 총을 겨누자, 근처 사는 술 취한 농부가 총을 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른다. 

 

해안가에 근무하던 초병이 무단 접근하는 침입자를 총으로 쏘았다. 침입자는 사람이 아니고 물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총한방에 침입자를 제압했다고 해서 포상을 받았다. 

 

최병장은 농부에게 총을 쏘아 우리도 포상을 받자고 한다. 김일병이 이를 말리며 두 사람이 업치락 뒤치락하다가 김일병은 최병장의 총에 맞는다. 김일병은 최병장에게 탄창을 바꾸어 자신이 총기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하라고 한다. 

 

부대에 전화를 했던 위병소의 책임자는 김일병이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면회 온 여성에서 전해 준다. 막차는 떨어지고, 여관에 가서 밤을 보내야 하는 그녀는 싸들고 온 음식 보따리를 들고 터벅터벅 눈길을 걸어 돌아가는데, 위병소의 하사가 밤길에 여자 혼자 보낼 수 없다며 그녀의 뒤를 쫓아간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은 영어 원문보다 훨씬 쉽게 읽힌다. 영어로 읽는데도 귓가에는 한국말이 들리는 듯하다. 한국 사람이 하는 엉터리 영어가 원어민의 영어보다 더 쉽게 이해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한국군대의 정서를 알지 못하는 영어권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읽힐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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