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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드라이브 마이카

by 동쪽구름 2022. 11. 22.

‘드라이브 마이카’(Drive My Car)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크게 세 토막으로 나눌 수 있다.

 

1부는 두 사람의 일상을 보여 준다. 연극배우이며 연출가인 ‘가후쿠’에게는 아름답고 재능 있는 극작가인 아내‘오토’가 있다. 두 사람에게는 어린 딸을 잃은 슬픔이 있다. 오토는 딸을 잃은 후 더 이상 자녀를 갖기를 원치 않았으며, 이제 두 사람은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오토는 가후쿠와 섹스를 하며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다음날 가후쿠가 그 이야기를 전해주면 그녀는 그것을 정리해서 각본으로 만든다. 오코는 가후쿠가 연기할 연극의 대사를 자기 목소리로 녹음을 하고, 가후쿠는 차를 운전하며 아내가 만들어 준 테이프로 대사를 연습한다. 

 

출장이 취소되어 예정에 없이 일찍 집에 돌아온 날, 가후쿠는 아내가 젊은 남자 배우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집을 나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의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아침, 오토는 그에게 저녁에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느지막이 집에 돌아온 그는 뇌출혈로 쓰러져 있는 아내를 발견한다. 그녀는 결국 깨어나지 못한 채 죽고 만다. 

 

2년 후, 가후쿠가 홋카이도 극단 초청으로 다국적 언어로 연기하는 체홉의 “바냐 아저씨”의 연출을 맡게 되며 2부가 시작된다. 1987년 산 빨간 사브 900 터보를 몰고 홋카이도로 간 그에게 극단은 규정상 운전기사가 운전을 해야 한다고 전한다. 극단에서 고용한 기사가 ‘마사키’다. 그녀는 말이 없고 무표정하지만 뛰어난 운전 솜씨로 가후쿠의 신임을 얻는다.

 

가후쿠는 오디션을 통해 일본, 한국, 중국, 러시아 배우들을 캐스팅한다. 그는 오토가 소개했던 다카츠키를 주인공 바냐 역에 , 바냐의 조카 소냐 역에는 청각장애를 가진 한국 여배우를 캐스팅한다. 배우들의 대본 리딩 장면과 연기하는 모습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가후쿠가 목격했던 오토와 정사를 나누었던 남자가 다카츠키다. 가후쿠는 오토가 새 작품을 쓸 때마다 남자 배우와 잠자리를 하고 작품이 끝나면 관계도 끝내 온 사실과 그런 것을 알면서도 모른 채 지내 온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돌발적인 사건으로 다카츠키가 감옥에 가게 되자 극단은 가후쿠에게 바냐 역을 부탁한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 그는 마사키와 함께 그녀의 고향 홋카이도로 향한다. 3부의 시작이다.

 

오랜 시간 차를 타고 가며 두 사람은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가후쿠는 할 말이 있다는 아내를 대면하기가 두려워 집에 들어가기를 주저하다 늦은 시간 귀가한 탓에 아내를 일찍 발견하여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을 한다. 마사키는 산사태가 나서 묻힌 집에 어머니가 남아 있음에도 이를 이웃에 알리고 구하지 않아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고백한다. 눈 속에 파묻힌 마시키의 무너진 집 앞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한다.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마지막에는 한국으로 돌아온 마사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마켓에서 장을 본 그녀는 1987년 산 빨간 사브 900 터보를 운전하고 사라져 간다. 달라진 그녀의 외모에서 관객은 그녀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브를 그녀에게 주어버린 가후쿠 역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3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이지만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배우들의 표정이나 대사는 감정이 절제되어 있고, 연극 대사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가후쿠(니지지마 히데토시)의 공허한 눈빛, 마사키(미우라 토코)의 무표정, 그리고 이유나(박유림)의 수화연기 등이 매우 인상적이다. 

 

P.S. 영화에는 마사키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녀는 매번 파우치 모양의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고 다 피우고 난 꽁초까지 단정히 담아 주머니에 넣었다. 한국 영화였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담뱃재를 길 위에 털고 꽁초는 멋지게 손가락으로 튕겨 버렸을 것이다.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는 것에 대한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두 나라의 정서에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구나라는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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