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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내일 이 시간

by 동쪽구름 2022. 8. 3.

‘엠마 스트라우브’의 새 책 ‘내일 이 시간’(This Time Tomorrow)을 읽었다.

 

독신여성 ‘엘리스 스턴’은 자신이 졸업한 사립학교의 교직원이다. 일찍이 부모가 이혼한 탓에 그녀는 아버지 손에 자랐다. 아버지 ‘레너드’는 단 한 편의 소설을 썼으나 그 한편이 유명해져 인세와 강연 등으로 여유로운 삶을 이어왔다. 어머니는 살아 있지만 가끔 전화만 하는 사이며, 그녀가 유일한 가족으로 여기는 아버지는 지금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다.

 

남자 친구와는 동거는 하지 않으며 각자의 아파트를 오가며 지낸다. 그녀의 40세 생일을 앞두고 남자 친구가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절한다. 학교에서는 그녀의 상사가 은퇴를 발표하고, 기대와는 달리 그 자리는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고 외부인사가 오게 된다.

 

40세 생일날, 그녀는 절친인 ‘샘’과 만나지만 아이가 셋인 친구는 늦게 나왔다가 아이가 다쳤다는 전화를 받고는 급히 돌아간다. 남은 음식을 싸 가지고 식당을 나선 그녀는 집까지 걷기로 하고 뉴욕 거리를 걷는다. 그러다 들어 간 바에서 취하도록 마신 그녀는 자신의 아파트 대신 근처에 있는 아버지의 집으로 향해 간다. 하지만 집 열쇠를 찾을 수 없다. 아버지가 장비와 도구를 넣어 두는 창고에 들어 가 잠든 그녀는 다음날 낯선 침대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곧 자신이 16살 생일날 아침에 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날 오후, 샘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한 그녀는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운명을 바꾸어 보기로 결심한다. 그날 밤,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동급생 ‘타미’를 유혹하여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그녀는 두 아이를 둔 타미의 아내로 바뀐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낯선 역할에 적응하지 못한 그녀는 16살 생일로 다시 돌아간다.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창고가 과거로 이어지는 통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가 수없이 이곳을 드나들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녀는 아버지가 앓고 있는 병을 고치기 위해 16살 생일날로 계속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바뀐 것은, 아버지가 다른 책을 한 권 더 출판하고, ‘데비’라는 여성과 재혼을 한다.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그가 불치병을 얻은 것은 과다한 시간여행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시간 여행은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진 소재다. ‘백 투 더 퓨처,’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그리고 2020년에 나온 ‘팜 스프링스’ 등이 잘 알려진 영화들이다. 

 

과거 또는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미래가 불확실하던 10-20대, 힘들었던 30-40대를 다시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잦아든 지금이 좋다. 

 

하지만 이제는 아련한 그리움으로만 남은 10-2대에 잠시 머물러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시절을 좀 더 즐겁게 지낼 것이다. 인생의 갈림길이었던 시간으로도 다시 가고 싶다. 그때 가지 않았던 길로 간다면, 지금의 내 삶은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군데군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너무 한 가지 이야기(아버지를 구하는)에 많은 비중을 두어 단조로운 느낌이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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