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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권위에 대한 저항

by 동쪽구름 2021. 1. 14.

술에 취해서 주차미터기를 자르다가 잡힌 ‘루크 잭슨’은 공공기물 파손 죄 정도의 경범인데도 불구하고 2년간의 중노동형을 선고받고 남부의 형무소로 보내진다. 캡틴으로 불리는 형무소 소장의 입을 빌리면 루크는 (한국 전쟁으로 추정되는) 전쟁에서 훈장을 타서 하사관으로 진급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등병으로 제대를 한 자유로운 영혼이다. 아마도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의 전반부에 나오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루크가 어떤 인물인지를 보여 준다. 그는 강한 근성에 권위나 폭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으며 힘든 상황에도 쉽게 적응한다. 거친 환경에서도 늘 밝은 모습을 보여 주는 그는 함께 있는 죄수들에게 호감을 산다. 죄수들의 리더였던 ‘드랙라인’ 과는 초반에 격투를 벌인 후 친구가 된다.

 

한 시간 안에 50개의 달걀을 먹을 수 있다는 루크의 호언장담에 죄수들 사이에 큰돈이 걸린 내기가 시작된다. 부활을 상징하는 달걀 50개는 그가 동료 죄수 50명의 죄를 지고 간다는 의미라고 한다. 마침내 시간 안에 삶은 달걀 50개를 먹고 회심의 미소를 띠며 테이블에 누운 그의 모습은 마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같다.

 

트럭의 뒷좌석에 누워 형무소로 그를 면회 온 병든 어머니와의 대화는 루크가 그동안 힘든 세월을 보냈음을 짐작케 한다. 또한 그가 여자 친구와 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는 참전의 후유증으로 사회적응을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죄수들은 주 6일 도로변의 잡초를 제거하거나 길을 닦는 일을 한다. 루크는 7월 4일 미국의 독립 기념일에 소란한 틈을 타 형무소를 탈출하지만, 곧 잡혀 온다. 독방 신세를 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도로변 잡초를 제거하다가 용변을 핑계 다시 탈출을 한다. 다시 잡혀 온 그는 간수들로부터 혹독한 고문과 학대를 당하고 결국 그들에게 굴복한다. 

 

그는 간수들에게 순종하며 그들의 심부름을 도맡아 한다. 근성을 보이고 권위에 저항하며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 그를 좋아하던 죄수들은 그의 바뀐 모습에 크게 실망한다. 하지만 루크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간수들의 경계가 허술해졌을 무렵, 그는 대범한 3번째 탈출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드랙라인도 함께 간다. 그와 헤어져 근처 교회당을 찾은 루크는 하느님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것도 잠깐. 밖에는 간수들과 경찰이 포위해 있고, 먼저 잡힌 드랙라인은 그에게 자수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그는 죽음으로 자유를 선택한다.

 

‘폭력 탈옥’(Cool Hand Luke)은 1967년에 발표된 영화다. 이 무렵 미국에서는 월남전 파병을 위한 징병을 거부하며 도피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파병을 피하기 위해 방위군이나 해안경비대에 자원입대를 하기도 하고, 캐나다나 멕시코로 도망을 가기도 했다. 곳곳에서 반전데모와 징병제도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권위와 폭력에 저항하는 루크에게서 그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루크 역의 ‘폴 뉴먼,’ 드랙라인 역의 ‘조지 케네디’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인다. 조지 케네디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70년대 한국에서 TV로 보던 주말영화 시간을 떠올리며 보았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옛날 풍의 연기와 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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