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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소년들의 나라

by 동쪽구름 2020. 12. 23.

‘Boys State’(소년들의 나라)는 애플 TV 가 만든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재향군인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American Legion’ 은 1935년부터 매년 고등학생들을 선발하여 1주일간 합숙하며 주 정부를 세워 법을 만들고 주지사를 선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민주주의와 선거를 배우게 된다. 빌 클린턴과 딕 체이니 등도 과거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소녀들은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있으며 미국 40여 개 주에서 매년 열린다고 한다.

 

영화는 2019년 텍사스에서 열렸던 1주일 과정을 따라가며 만들어졌다.

 

천명에 달하는 소년들은 무작위로 ‘연방당’과 ‘국민당,’ 두 개의 당으로 나뉘며, 리더를 뽑아 당의 모양을 갖추어 간다. 궁극적으로는 주지사를 선출해야 하는데, 주지사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30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경선을 거치게 되며 한 사람이 과반수 득표를 못하면, 상위 두 명의 후보가 결선에 나가게 된다. 영화에서는 국민당의 경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국민당에서는 멕시코 이민자의 아들인 ‘스티븐’이 후보가 되고, 연방당에서는 백인 ‘에디’가 나온다. 

 

선거의 쟁점은 총기규제다. 텍사스는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주며 이로 인해 사건 사고도 많아 실제로 총기규제가 늘 선거의 쟁점이 되곤 한다.

 

양당에는 선대위원장 격인 ‘district chair’가 있는데, 국민당의 위원장은 흑인 ‘르네’고, 연방당은 절단 장애를 가진 ‘벤’이다. 영화는 르네, 벤, 스티븐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국민당 경선에서 스티브에 맞서 결선에 나간 ‘로버트’는 백인이며 보수주의자다. 결선에서 지고 나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개인의 소신만 가지고는 정치판에서 이길 수 없다. 때로는 본심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해야 선출직에 오를 수 있다.”

 

관객들은 영화에 나오는 세계가 우리가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된다.

 

유권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준 스티브의 인기가 높아지자 벤이 이끄는 연방당의 선거캠프는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네거티브 선거를 시작하고, 스티브가 총기 반대 시위에 참가했던 것을 내세워 그를 총기 반대자로 부각한다. 선거 유세를 하며 르네와 벤의 대결 또한 뜨거워진다.

 

주지사에는 에디가 당선되고, 스티브는 불체자였던 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그는 패배해서 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친구들 때문에 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이들 주인공 소년들이 자신이 정치적 꿈을 위해 계속 정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끝난다. 이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치에 관심 있는 미국의 청소년들은 일찌감치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모양이다. 

 

민주주의의 허상, 선거의 어두운 면을 엿볼 수 있다. 정치인들은 당선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자신의 소신은 당선된 후에 조금씩 내놓는다. 우리가 보아온 한국의 정치판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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