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4 바닷가의 루시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소설 ‘바닷가의 루시’(Lucy by the Sea)는 주인공 루시와 윌리엄이 등장하는 4번째 연작소설이다. 연작소설이긴 하지만 꼭 이어서 볼 필요는 없으며, 읽다 보면 배경을 알게 된다. 작가인 루시는 바람둥이 전남편 윌리엄과는 일찍이 이혼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두 명의 딸이 있다. 윌리엄은 여러 명의 아내를 거친 후, 나이 어린 여인과 결혼하여 딸을 하나 더 낳았다. 어느 날 그 아내가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가 혼자가 되었다. 루시는 윌리엄과 이혼한 후, 재혼하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몇 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 독신이 되었다. 루시와 윌리엄은 이혼 후에도 계속 친구처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의 배우자들과도 모두 잘 지낸다. 이번 책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내며.. 2022. 10. 28. 마지막 잎새 거실 창으로 보이는 감나무는 무성하던 잎을 모두 떨구고 이제 달랑 세 개가 남았다. 벽을 배경으로 바람에 떨고 있는 마른 잎을 보고 있노라면 오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연상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겪는 일이다. 아침을 먹으며 아내에게 말해주니, 그녀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내가 다니는 성당에는 입구 양옆으로 밭이 있다. 철 따라 토마토, 호박, 옥수수 등을 심고 거둔다. 주일 아침 성당 가는 길에 보니 앰뷸런스와 소방차가 와 있고, 밭에서는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 하는 것이 보인다. 누군가 일을 하다 쓰러진 모양이다.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을 보니 상황이 꽤 다급해 보인다. 멀리서 보고 지나가는데, 아내가 성호경을 긋는다. 미사를 하며 얼굴도 모르는 그 .. 2021. 12. 18. 습관의 힘 지난 2월 사순절을 시작하며 코로나 탓에 성당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나름 의미 있는 40일을 보내자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사순시기에 평소에 아끼고 좋아하는 일들 중 한 가지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며 절제의 시간을 갖는다고 하는데, 나는 이제껏 그래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고 끊기 힘든 인터넷 바둑을 중단하기로 했다. 10여 년째 거의 매일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어왔다. 가족들에게 사순 기간 바둑을 끊기로 했다고 선언하니, 다들 “그래?” 하는 눈치다. 며칠이나 가겠나 하는 표정들이다. 실제로 며칠 후 약간의 금단현상이 오기도 했고,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운 시간에는 아이패드를 앞에 놓고 흔들린 적도 있다. 부활절이 다가오자 조카딸 ‘민서’가 “부활절이 지나고 나면 다시 바둑 두.. 2021. 4. 30. 봄이 좋아졌다 어려서는 가을과 겨울을, 낮보다는 밤을 좋아했다. 아마도 인생에도 끝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구르며 내는 소리,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 좋았다. 모두가 잠든 밤, 램프를 켜고 음악 방송을 들으며 한 소녀에게 편지를 쓰곤 했었다. 쓰다가 지우고, 다시 쓰다 버리고, 어떤 것은 부치지도 못하고. 이놈들이 처음 나타난 것은 7-8년 전의 일이다. 연두색 풀 속에 노란 꽃이 몇 개 보이더니 그 후 매년 아래로 내려오며 숫자가 늘어났다. 3-4년 전, 비가 많이 왔던 봄에는 뒷동산 가득 피기도 했었다. 금년에는 날씨가 가물어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3월 상순 몇 차례의 비에 뒷동산이 초록으로 변하더니 며칠 전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매일 그 숫자.. 2021. 3. 2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