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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바닷가의 루시

by 동쪽구름 2022. 10. 28.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작 소설 ‘바닷가의 루시’(Lucy by the Sea)는 주인공 루시와 윌리엄이 등장하는 4번째 연작소설이다. 연작소설이긴 하지만 꼭 이어서 볼 필요는 없으며, 읽다 보면 배경을 알게 된다.

 

작가인 루시는 바람둥이 전남편 윌리엄과는 일찍이 이혼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두 명의 딸이 있다. 윌리엄은 여러 명의 아내를 거친 후, 나이 어린 여인과 결혼하여 딸을 하나 더 낳았다. 어느 날 그 아내가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가 혼자가 되었다. 루시는 윌리엄과 이혼한 후, 재혼하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몇 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 독신이 되었다. 

 

루시와 윌리엄은 이혼 후에도 계속 친구처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의 배우자들과도 모두 잘 지낸다. 이번 책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내며 이 두 사람과 두 딸 가족이 겪는 이야기다. 

 

기생충 학자인 윌리엄은 팬데믹 초기에 그 위험을 알고 메인주 바닷가 마을에 집을 세 내어 루시와 함께 뉴욕을 떠난다. 마치 피난을 가듯이 떠밀린 루시는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집을 나온다. 큰딸 ‘크리시’는 남편과 플로리다로 휴가를 떠나 집을 비운 시부모의 집으로 가고, 작은 딸 ‘베카’는 남편과 함께 뉴욕시에 남는다. 

 

바닷가 마을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산보로 소일하며 지낸다. 메인주 사람들은 팬데믹의 진앙지인 뉴욕에서 온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며, 루시와 윌리엄도 몇 차례 냉대와 위협을 받는다. 윌리엄의 친구인 ‘밥’이 메인주 번호판을 구해다 주어 그걸 차에 달고 다닌다. 

 

뉴욕에 사는 지인들이 코로나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베카는 아파트 옆 공터에 시체를 저장하는 냉동 컨테이너가 들어섰다는 소식도 전해 온다. 트럼프를 지지하며 보수주의 기독교도인 루시의 언니도 코로나에 걸려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가 회복을 하지만, 그녀의 남동생은 혼자 아파트에서 사망한다. 병원에 가라는 그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병원 가기를 미루던 그가 전화를 받지 않자, 루시는 지역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아파트를 찾은 경찰이 사망한 그를 발견한다. 

 

윌리엄은 얼마 전 그 존재를 알게 된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기 전 어머니가 낳았던 누이에게서 이-메일을 받는다. 지난번 책에서 윌리엄이 그녀를 만나러 가지만 누이는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그 후 서로 메일을 주고받다가 마침내 누이와 그 가족을 만나게 된다. 

 

윌리엄의 할아버지는 나치 전범들에게 협조하며 사업을 해 큰돈을 벌었다. 그의 부친은 할아버지가 나치에 협조해서 번 더러운 돈이라며 그 재산을 받지 않았다. 그 돈을 윌리엄이 받았다. 나이가 든 지금 그는 이제 그 돈을 받았던 것을 후회한다. 그래서 대학 등 여러 곳에 돈을 기부한다. 

 

뉴욕시 사회복지사였던 베카는 남편과 헤어져 언니가 사는 근처로 이사를 온다. 어느 날 남편을 찾아가 사랑을 나누고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한다. 팬데믹 동안 계속 자택 근무를 하던 그녀는 변호사가 되고자 예일법대에 입학을 하게 된다. 

 

크리시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만 두 번의 유산을 경험한다. 팬데믹 동안에도 아이를 유산하게 되어 응급실에 갔다가 코로나에 감염되고 천식환자인 사위까지 코로나에 걸리지만 다행히 별 후유증 없이 회복한다. 접종이 시작되고 펜데믹은 진정국면에 접에 들지만, 윌리엄과 루시는 뉴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들은 바닷가 세 들어 살던 집을 사게 된다. 

 

작가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주인공 루시는 나와 비슷한 나이다. 그런 탓인지, 루시의 이야기에 늘 크게 공감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며 겪게 되는 일들이 등장한다. 이번 책은 우리 모두가 겪었던 펜데믹이 소재라 더욱 그랬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10-14일 정도면 읽게 된다. 늘 2-3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재미있는 책, 감동적인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음 책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책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 조금 익숙해져야 친해진다. 아무리 재미있고 좋은 책이라도 처음은 늘 낯설고 어색하다. 앞전에 읽던 책이 재미있었을수록 다음 책을 시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 읽기 전에 다음 책을 시작해 놓으면 그 책과 작별을 해도 새 책이 있어 덜 서운하다.

 

스트라우트의 책은 분량이 길지 않다. 게다가 재미있어 너무 빨리 끝난다. 끝나는 것이 아쉬워 아껴가며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4일 만에 다 읽었다. 어서 다음 책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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