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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빌락시의 소년들

by 동쪽구름 2022. 11. 16.

‘존 그리샴’의 새 책 ‘빌락시의 소년들’ (Boys from Biloxi)은 미시시피주의 소도시 빌락시에서 리틀리그 야구를 함께 하던 두 소년 ‘키이스 루디’와 ‘휴우 말코,’ 그리고 아버지들의 악연을 다룬 이야기다.

 

1950년대 말, ‘딕시 마피아’로 불리는 범죄 집단이 빌락시에 둥지를 튼다. 휴우의 아버지는 여러 개의 술집을 운영하며 도박, 마약, 매춘 등의 불법행위로 많은 돈을 벌어 암흑세계의 보스가 된다. 이 지역 셰리프 국장은 이들과 한통속이 되어 돈과 접대를 받으며 단속 대신 이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변호사인 키이스의 아버지는 이들의 불법행위를 보다 못해 시 검사장 선거에 나가지만, 당선에 실패하고 만다.  후, 부당하게 허리케인의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 대형 보험사를 상대로 싸워 주민들의 보상금을 받아내며 선거자금도 마련하고 유명세까지 얻어 다음 선거에게는 시 검사장에 당선된다. 

 

그리고 두 아버지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휴우는 고등학교를 마치기 전에 술과 여자에 맛을 들이며 암흑세계로 빠져들고, 키이스는 아버지를 따라 법대에 진학하며 변호사의 길로 접어든다. 

 

휴우의 아버지는 결국 감옥에 가게 되고, 그를 감옥에 보냈던 키이스의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키이스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검사장이 되어 범죄 집단과의 싸움을 계속하게 된다. 

 

변호사 출신인 그리샴은 배심원 선정을 비롯해서 재판 과정을 묘사하는 것을 즐긴다. 이번 책에서도 예외 없이 많은 페이지를 재판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 다소 지루한 느낌이다. 

 

최근에 출간되는 존 그리샴의 책은 장르소설이라기보다는 신문의 기획기사에 가깝다. 육하원칙에 따라 쓰인 이야기에는 서스펜스나 반전의 재미가 빠져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신문에는 몇 달 또는 몇 년에 걸쳐 취재한 기획기사들이 실리곤 한다. 얼마 전, LA 타임스에는 신분 도용을 당했던 기자가 수년에 걸친 자신의 경험담을 쓴 기사가 실렸었다. 이런 기획기사들은 읽을만하고 재미도 있다. 하지만 소설과는 다르다. 

 

그리샴은 책 말미에 은퇴한 FBI 수사관으로부터 들은 사건 이야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리서치해서 뼈와 살을 붙여 소설로 엮는 것이 요즘 그가 책 쓰는 요령이다. 

 

세상에는 소설보다 더 기막힌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만으로는 좋은 소설이 되지 않는다. 소설에는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있어야 한다. 독자는 이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여행하는 재미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리샴은 역시 이야기꾼이다. 예상 가능한 플롯에 복잡한 설명이나 군더더기가 없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무리한 반전이나 뜻밖의 결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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